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5일째 표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6월 임시국회 종료 하루 전인 18일에도 여야는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며 상임위를 보이콧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정경두 방탄국회’를 버리고 18·19일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하면 정상 국회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제112조 7항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시간이 지난 뒤에 표결하도록 정하고 있어 한국당 뜻대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려면 본회의를 이틀에 걸쳐 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이 장관을 해임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며 19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국당이 한사코 국방장관 해임안 표결을 추경안 처리와 연계하고 있는데, 우리가 받아줄 수 있겠나. 추경안 처리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7월 국회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민주당은 7월에 국회를 열자는 한국당의 속내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한 경찰 조사를 피하려는 데 있다고 보고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야당의 거부로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국당을 몰아붙인다는 구상이다.
한국당은 이날 예정됐던 상임위 회의를 모두 공전시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한국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여당이 국방부 장관 해임안 때문에 본회의 일정에 합의를 해주지 않아서 소위를 열 수 없다”며 회의를 마쳤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회의 종료에 반발하며 “국방부 장관 해임안과 소위 진행이 무슨 상관이냐. 상임위는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과 130여개 법안도 발이 묶인 상태다. 앞서 1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는 택시월급제 시행을 위한 택시운송사업법 개정안 등 계류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동반 퇴장으로 파행됐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 진행을 거부하면서 일본 수출 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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