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신임 장관 인사말을 하는 동안 돌아앉아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6일 막이 오른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사실상 ‘조국 청문회 2라운드’로 치러졌다. 자유한국당은 4시간45분 동안 진행된 대정부질문 내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여야 간 야유와 고성이 오가면서 본회의장에서는 수차례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국회 견학을 신청한 초등학생 110여명이 방청석에서 입을 꾹 다문 채 이런 장면들을 지켜봤다.
신임 국무위원 인사로 막을 올린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조 장관이 단상에 올라 다섯 문장의 짧은 인사말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의도적으로 등을 돌려 앉고 잡담을 나눴다. 일부는 조 장관에게 “물러나라” “범법자” “이중인격자”라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에게 질의하면서 “조 전 민정수석” “피의자 조국”이라고 부르는 등 ‘조국 장관’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거부했다. 한국당의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곽상도 의원은 “법무부 관계자 나와주세요”라는 말로 조 장관을 불러냈다가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조 장관은 곽 의원 호출에 응하지 않다가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무부 장관님 나와달라”고 말하고 나서야 일어섰다. 곽 의원은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도 질의 내내 조 장관을 “피의자 조국”이라고 불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사퇴'등이 적힌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 장관만 번갈아 불러 질문한 탓에 국회에 나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한차례의 답변 기회도 얻지 못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거제 개혁 관련 질문을 받고 한차례 단상에 섰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중이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을 때는 여야의 고성으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왜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냐” “그게 바로 수사지휘”라며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 검찰 ‘빨대’(정보통)가 누구냐” “진짜 압력 행사라면 검찰이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을 했겠냐”며 조 장관을 옹호했다.
한국당은 주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오후 4시30분께 긴급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사회를 보던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교섭단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30분간 정회”를 선언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거친 항의를 받았다.
30분 뒤인 오후 5시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속개를 선언하면서 “의사일정은 교섭단체 합의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3당 원내대표의 합의 없이 정회가 진행됐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기게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