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와 서초역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와 5일 서초동 촛불집회를 통해 지지세력의 결집을 확인한 여야가 주중 이어질 국정감사 등에서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격하게 충돌할 전망이다. 오는 12일에도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세 대결’로 번진 장외 정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외 집회가 여야 원내 힘겨루기의 동력이 되고, 그 여파가 다시 장외로 향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의 장기화로 인한 ‘무한 대치’ 국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사상 최대 인원 결집으로 분위기가 고무된 자유한국당은 여세를 몰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넘어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부도덕으로 전선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장외투쟁 만능론을 의식해 ‘민부론 현장설명회’ 등을 통해 대안정당의 자격도 함께 강조할 예정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정책 투쟁’을 장외투쟁과 병행할 방침이다. 국정감사도 정책 투쟁의 일환”이라며 향후 정기국회에서도 ‘투쟁 기조’를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오는 12일 광화문 집회 등 장외투쟁도 이어갈 방침이지만, 보수 기독교계가 예고한 9일(한글날) 집회 등에는 다소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가 예민한 주제인 ‘탄핵 책임론’을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데다, 집회 현장에서 보여준 헌금 모금이나 과격 발언·행동 등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외 집회 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당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직접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그림자 전략’을 쓰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로 충분한데, 굳이 당 차원에서 참여해 보수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고 정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대부분 의원이 조직 동원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집회 참여를 자제했고, 일체의 동원령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신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내는 한편 검찰개혁 관련 정책 마련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촛불집회 다음날인 6일에도 기획회의를 열고 검찰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다만 민주당도 검찰개혁 논의가 곧 ‘조 장관 방어’로 비치는 걸 경계하고 있다. 이날 검찰개혁특위 회의 방식과 관련해서도 위원들은 “(특위에서) 자꾸 조 장관 얘기가 나오면 (당으로서도) 좋지 않다. 당은 조 장관과 별도로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게 맞다”는 지적 등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어느 쪽으로든 검찰이 빨리 수사 결론을 내주기 전까지는 여당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장외에서나 국회에서 충돌과 갈등이 장기화하는 걸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답답해했다.
한편 이번주 열리는 국정감사는 지난 대규모 장외 집회의 여파로 여야의 충돌이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당장 7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 수도권 지검 국감부터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조 장관을 수사하고 있고, 서울남부지검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10일에는 조 장관이 소속된 학교이자 인턴증명서 등이 논란이 된 서울대 국감이 열려 여야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정유경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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