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대표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과 정치개혁 법안 중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2건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 먼저 논의할 예정이다.2019.10.16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에선 각각 공수처법 통과와 저지를 위해 바른미래당과의 공조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뉜 바른미래당 역시 통일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비당권파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권은희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3당의 ‘3+3’ 회동에 참석해 “선거법 합의 처리를 전제로 공수처 법안 중 ‘권은희안’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당에선 공수처 법안 중 ‘백혜련안’을 중심으로 3당이 합의한 법안을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 평화당,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의원만 모아도 과반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 가운데 이탈표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도 ‘확실한 협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출연해 “권은희안보다는 백혜련안을 선호한다”라면서도 “권 의원은 자신의 안을 중심으로 표결하는 것에 찬성했다. 정의당의 입장, 우리 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충분히 협의해 합의안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권은희안’에 대해서는 찬성, ‘백혜련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라있는 선거법 개정안 변수까지 함께 고려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권은희안도 헌법위반 소지가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오 원내대표도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 여당이 무도하게 패스트트랙에 올리니까 궁여지책으로 합의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라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공조가 깨지면 자연스럽게 공수처 연대도 깨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셈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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