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국회에서는 역대 최대인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예산 전쟁’이 시작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내외 경제위기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들어가 있다며 삭감을 벼르고 있다.
예산 전쟁은 오는 22일 정부의 시정연설로 막이 오른 뒤 12월까지 이어진다. 오는 28~29일에는 종합정책질의가 예정되어 있고, 이달 30일과 다음달 4일에는 경제부처 예산심사, 다음달 5~6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심사가 진행된다. 내년도 예산안의 감액·증액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다음달 11일 문을 연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은 다음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국회법은 12월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올해보다 지출을 큰 폭으로 늘린 만큼 이번 예산국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강력한 충돌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 전쟁인 탓에 당 차원은 물론 개별 국회의원 역시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로비전’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세계 경기 하강 국면과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어느 때보다도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를 뒷받침해 재정 확장 입장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방침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요구만 있다면 추가 예산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퍼주기’ 예산을 곳곳에 심었다고 보고 ‘삭감 칼날’을 갈고 있다. 이미 한국당은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인 60조2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도 확장 재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거용 포퓰리즘 예산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예산 심사의 최대 쟁점은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1.3% 늘었다. 민주당은 어려운 경기 상황을 뒷받침하는 일자리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 원안을 지켜내겠다는 방침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 탓에 올해보다 10.3% 늘어난 1조22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향후 남북 대화와 평화 국면을 위한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를 문제 삼을 태세여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