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초선인 표창원 의원이 24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철희 의원에 이어 당내에서 두번째다. 표 의원의 이번 선언이 초선의원들의 당 쇄신 요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표 의원은 2015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 인재 1호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조국 정국’ 때 정치 공방의 ‘최전선’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랜 고민과 가족회의 끝에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표 의원은 메시지에서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이 흔들리고 위배된 것은 아닌가 고심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다”고 했다.
‘조국 정국’이 불출마 결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으로 겪은 괴로움과 회한을 숨기지는 않았다. 표 의원은 “조 전 장관 때문만은 아니지만, 최근 가장 힘든 사건이었던 건 분명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사위는 지옥 같았다”고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우리가 야당 때 그랬던 것처럼 극단적 언행을 동원해 공격했고, 그걸 듣는 순간은 지옥처럼 괴로웠다. 거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로남불로 보이는 것도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도 법사위 소속이다.
초선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자 당내는 뒤숭숭했다. 한 중진의원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주는 데가 되어버렸다.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의 누구도 의원들 얘기를 들을 자세가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은 “조국 사태로 흔들릴 때 청와대가 먼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초선들이 그런 점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선들의 불출마 선언은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쇄신을 요구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날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된 것도 지도부 책임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책임 있는 당직에 있던 의원들, 당을 생각한다는 중진들은 왜 침묵하나? 왜 열심히 했던 초선들만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25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지도부와 중진 그룹에 대한 성토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초선의원들 사이에선 ‘조국 정국’ 당시 다선 중진들이 청와대나 지도부의 결정에 쓴소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아, 언제든 ‘용퇴론’과 ‘물갈이론’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 이철희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표 의원도 이날 “공익과 약자를 위하는 ‘공적 마인드’가 충만한 정치 신인으로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영지 이지혜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