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이지만 실제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비슷한 정치·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와 견주어보면 매우 적은 편이다. 나라마다 인구가 달라 필요한 국회의원 수도 다르기 마련이지만, 한국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는 17만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만9천여명을 훌쩍 넘고 있다.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 국민자문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16만7400명이다.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를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31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보다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멕시코(23만7천명), 일본(26만5천명), 미국(72만7천명)뿐이다. 미국이 맨 꼴찌인 것은 연방의회보다 각 주별 의회 정치가 활성화돼 있는 영향이 크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의 경우를 보면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시민의 숫자가 매우 적다. 핀란드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가 2만7천명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인구가 한국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영국·이탈리아도 국회의원 1명당 9만6천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회의원 1명당 11만명이고, 독일은 1명이 13만7천명을 대표한다. 영국·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은 모두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모두 하원 의원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국내 과거 의회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1948년 제헌국회가 문을 열었을 때 한국의 총인구는 1919만명이었고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이었다. 이때 국회의원 1명당 인구수는 9만5천명으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 비슷하다. 대통령 직선제 등 제도적 민주화가 도입된 뒤인 1988년 구성된 13대 국회 역시 국내 인구 4200만명에 의원 299명으로 1인당 14만명 정도를 대표했다. 현재 5170만명으로 늘어난 인구를 고려해 1988년 수준으로 맞추더라도 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이 아니라 369명은 돼야 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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