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부분 도입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치러졌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제도적 다당구도와 합의제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하게, 법 개정 전보다 훨씬 강화된 양당구도가 출현한 것이다. 거대 양당이 상대보다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 창당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결과였다.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8월부터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 의석을 왕창 가져오는 편법도 가능하다”고 경고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이 참여한 ‘4+1’ 협의체는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민주당은 통합당의 의석 싹쓸이를 막는다며 뒤따라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결과는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은 각각 33.8%, 33.4%다. 만일 비례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당과 통합당은 각 6∼7개의 비례 의석을 얻는 데 그쳤겠지만, 실제로 미래한국당은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차지했다. 사실상 선거법 개정 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을 때와 같은 결과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무력화되자 거대 양당의 과대 대표 현상은 더 커졌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의 합은 67.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모체정당과 함께 차지한 의석은 전체 300석 가운데 94.3%인 283석이나 된다. 지역구에서 자기 몫 이상을 챙길 수 있는 거대 정당이 사실상 비례 의석마저 독식한 셈이다.
‘꼼수’ 위성정당 창당에 따른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을 한달 앞둔 지난달 13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선거법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당제도가 다소 훼손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을 재점검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거법 개정의 ‘방향’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쪽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해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나선 건 오랜 숙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처리를 위해 소수정당들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떤 법안이든 단독 처리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협조는 절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선거제를 바꿀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지만, 자기 이해관계가 걸리면 위성정당의 등장을 막는 미세손질만 하고 그칠 수도 있다”며 “소선거구제로 인한 혜택을 크게 본 민주당이 과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강화하는 선거제 개혁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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