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24일 앞둔 5일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국회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마포대교 난간에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20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5256건으로 마지막 본회의를 열지 못하면 모두 폐기될 예정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8819건 대 1만5256건.
5일 기준 20대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과 여전히 계류되어 있는 법안의 수다. 20대 국회 임기가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계류 법안은 전체 발의 법안 가운데 3분의 2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11~12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래통합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계류된 법안 가운데 20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긴요한 과제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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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법안
현재 민주당이 조속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관련 법안은 의료공공성 강화부터 노동 취약계층 지원까지 그 폭이 넓다. 학교 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 발생 국가에서 입국한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해 등교 중지 근거를 마련한 학교보건법,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의돼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설립법 역시 2년 가까이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잠들어있다.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 등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생활안전자금 융자를 제공하고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근로복지기본법·고용보험법 개정안 등도 시급한 처리 과제로 꼽히나 야당 반대로 상임위 소위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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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엔번방 후속조처
텔레그램 엔번방 사건이 불거진 뒤 발의된 후속 법안들도 상임위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난 3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기업의 성착취 정보 유통 금지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광온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텔레그램 엔번방’ 관련 입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지만, 정보통신서비스 기업들이 반발할 수 있어 상임위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의 소지·판매·배포·제공 행위의 법정형을 높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7년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이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법적 용어를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로 변경하는 아청법 개정안 역시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나 관련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6일에야 법안소위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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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법 등 한국 사회 갈등 해결
지난 3일 ‘고별 기자 간담회’를 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과거사정리법)과 ‘노동조합 관련 해직 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해직공무원 특별법)을 꼽으며 “한국 사회의 역사적 통합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회가 크게 문을 열고 성사시켜야 할 법안들”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사정리법은 2010년 활동 기간이 만료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4년간 재개하는 것이 주요 뼈대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910일째 농성을 이어가던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현관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04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총파업 이후 각종 공무원 노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공무원 136명에 대한 구제안을 담은 해직공무원 특별법 역시 18·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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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내준 숙제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판결로 국회가 개정해야 하는 법률은 5일 기준 모두 30건으로, 이 중 9건은 이미 개정 시한을 넘긴 상태다. 보완 입법이 필요한 주요 법안들은 노조사무소의 운영 관리유지비 원조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의 예외로 규정하는 노동조합법, 사립대학 교수의 노조 설립과 가입을 허용하도록 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임신중단을 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낙태죄’ 조항)과 국회·법원·국무총리공관 100m 이내 시위를 제한하는 집시법 등이 있다.
황금비 이지혜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