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정성호(왼쪽부터), 전해철, 김태년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셋 합치면 선수가 11선인 고참 중진인데도 긴장한 표정이었다.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 토론회’ 행사가 열리는 국회 본청 회의장 앞에 김태년(4선), 전해철(3선), 정성호(4선·기호순) 후보가 나란히 섰다. 21대 국회에서 동료가 될 새내기 당선자들을 반갑게 맞으며 한명 한명 눈을 맞췄다. 이날은 당 사정에 낯선 초선들을 위해 당이 마련한 자리였다. 지금까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더좋은미래(더미래) 등 당내 의원모임이 후보자를 따로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당 주최로 합동 토론회를 열고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 초선 당선자 68명 중 45명이 참석해 분위기를 달궜고, 후보들은 ‘초선 타깃형’ 공약을 내놓으며 한 표를 호소했다. 김태년 후보는 ‘초선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초선 상임위 우선 배정”과 “공약실천지원단 운영”을 약속했다. 전해철 후보는 일부 초선들이 선거 때 내놓았던 공약 몇 가지를 언급하며 “반드시 하고자 하는 정책 과제를 대표 입법 브랜드로 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후보는 “초선들이 공평무사하게 원내 당직을 맡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전해철 의원(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 의원. 연합뉴스
후보들은 자신의 강점과 경력을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예결위 간사, 정개특위 간사, 정책위의장 등 화려한 이력을 쌓은 김 후보는 “협치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강단과 유연함을 지키며 야당과 협상하고 많은 성과를 내왔다”고 자부했다. 정 후보는 “당정협의회가 많이 열리지만, 사실 의원들은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된다. 상임위 간사만 나중에 통보받는 식”이라며 앞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후보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상임위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하고 의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권 4, 5년차에 필연적으로 청와대가 어려워질 수 있고 그럴 때 당·정·청이 신뢰 속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후보 역시 “실제로 당정협의회에서 당의 일부가 주도함으로써 (다른 의원들이) 소외된 일들이 많이 있었다”며 “보안 탓하면서 당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것을 시정하고자 노력해왔다”며 김 후보에게 은근히 날을 세웠다.
초선 당선자들은 토론회 자리가 표심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준호 당선자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보가 별로 없어서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며 “오늘 토론회로 세 후보의 공약과 의지를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민정 당선자도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셨다면 결정하기 어려웠을 텐데, 모두 조금씩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뽑을 후보를 정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토론회를 듣다 보니 더 헷갈리는 것 같다”고 답하는 이도 있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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