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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진보정당의 존재 각인시킬 ‘청년 권노심’을 키워라

등록 2020-05-11 05:01수정 2020-05-12 10:55

[홀로 선 정의당, 희망을 찾아서]
③‘새로운 간판’ 필요하다

권영길, 강기갑,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오랫동안 진보정당을 대표하던 ‘라인업’이 있었다. 이들의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원내 의석수를 넘어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구 선거에서 생환이 가능한 인물들이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뒤 20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라인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꼽으라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도다.

■ “10년 뒤를 바라보는 지역구 프로젝트를”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진다. 전체 의석의 84.3%(253석)가 걸린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해서도 지역구 당선은 필수적이다. 국회 진출은 비례대표로 할 수 있지만, 재선 이상으로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의정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어야 한다. 실제 진보정당의 간판으로 활약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역구에서만 재선을 했다. 4선인 심상정 대표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지역구에서 3선을 했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로 시작해 지역구에서 2차례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구는 심상정 대표가 출마한 경기 고양갑뿐이다. 정의당 안팎에서는 지역구 선거에 대한 전략적 역량 투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시작을 비례대표로 하더라도 원내에서 실력을 보여준 뒤 지역구에 부단히 도전해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비례대표를 지낸 뒤 지역구에 ‘의무 방어전’ 성격으로 도전한 뒤 정치판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 원내 역량 극대화할 비례대표 전략 필요 비례대표는 소수정당이나 여성, 청년은 물론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그동안 제도정치에서 소외됐던 이들의 정치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진보정당엔 가장 유력한 의회 진출 경로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진보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원 외 일반 시민들이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하고 청년들을 앞순번에 자동으로 배정하는 등의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비례대표 1·2번에 20~30대 여성인 류호정·장혜영 후보가 선출돼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마포을 선거구에 출마했던 오현주 대변인은 “여러 정당이 국회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실제 그 약속을 지킨 것은 정의당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의 비례후보 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나경채 전 공동대표는 “민주노동당 초기부터 활동해온 활동가들이 당선을 바라보기 힘든 순번에 배치됐다. 당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알고, 오랫동안 역량을 쌓아온 당직자들이 원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은 평가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20대 당원 역시 “조직력이나 인지도를 제외하고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두거나 이번처럼 1인 1표가 아니라 여러 명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서 경쟁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뒷번호로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워 ‘개방형 경선’을 진행하는 방식이 진보정당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당에서는 당내에서 나온 여러 선거평가를 종합해 17일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 ‘개인’이 아닌 ‘팀’이 주목받도록 당을 대표할 새로운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건 정의당의 오랜 고민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청년이다. 2018년부터 청년 노회찬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진보정치 4.0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스템을 좀더 체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배진교 당선자는 “우리 당에 있는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스타성 있는 ‘개인들’을 키우기보다 ‘팀’을 중심으로 한 인지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민 부대표는 “20~30대는 젠더나 청년 의제를, 40~50대는 노동 의제 등을 전문적으로 제기하는 팀을 만들어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정책적 메시지를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다양한 정치인이 정의당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팀 정의당’을 부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황금비 서영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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