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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독자노선’이냐 ‘개혁공조’냐… 민주당 ‘입법독주’ 속 위태로운 정의당

등록 2020-12-15 11:57수정 2020-12-15 15:17

거여, 정의당 없이도 ‘5분의3’ 의결조건 충족
쟁점법안 당론 정할 때마다 내부진통 극심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와 류호정, 장혜영, 심상정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 중인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를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와 류호정, 장혜영, 심상정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 중인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를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내내 정의당은 위태로웠다. 입법 속도전에 나선 거대여당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선 보수야당 틈에 끼어 ‘진보 독자노선’과 ‘개혁 공조’ 사이의 외줄타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정의당의 곤혹스런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본회의 투표에서 나타난 소속 의원들의 선택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찬성 표결했지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투표에는 불참했고,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는 참여하는 등 겉으로 드러난 행보는 어지러웠다.

민주당에 ‘뒷통수’ 맞은 공정거래법

정의당의 혼란스러웠던 행보는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처리가 거대양당의 충돌 속에 기약없이 늦춰진 탓도 컸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집중한 민주당에게 대기업이 반대하는 중대재해법은 무리해서 추진할 우선순위 법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중대재해법 처리에 협조를 구하려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흔쾌히 동의해줄 상황도 아니었다.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비토권)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애초 법에 견줘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12월에 딱 한번 정의당이 소수정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쥔 순간이 있었다. 지난 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다룬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 참여했을 때였다. 민주당은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정의당 요구대로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삭제한 정부 원안을 안건조정위에 올려 통과시켰으나, 이어서 소집된 전체회의에서는 전속고발권 삭제 조항을 없앤 자체 수정안을 올려 가결시켰다. 뒤늦게 민주당에 항의했지만, 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이후 정의당에는 상임위가 됐든 본회의가 됐든 안건 처리에 영향력을 미칠 기회가 다시 오지 않았다. 남은 것은 상황에 따라 정의당의 투표 전략을 정하는 것 뿐이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세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의당 앞에 놓인 선택지는 ‘노선과 원칙에 따라 소신 투표를 할 것인가’ 아니면 ‘불만족스럽지만 큰 틀의 개혁을 위해 민주당에 협조할 것인가’라는 두가지 뿐이었다.

극심한 진통 겪었던 공수처법 토론

선택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이었다. 지난 9~10일 두차례에 걸쳐 진행된 당대표단-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정의당은 결국 ‘당론 찬성’으로 뜻을 모았다. 불완전하고 정권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검찰개혁이란 대의를 위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회의 참가자는 “야당의 처장 추천 거부권을 없앤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공수처 출범이 우선이냐, 거부권 삭제가 공수처 출범에 반대해야 할 정도로 큰 결함이냐 등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가 매듭지어져야 중대재해법이 본격 논의될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회의에서 반대의 뜻을 견지했던 장혜영 의원은 10일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중앙홀 계단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10일 시작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분명했다. 야당의 반대토론권은 제한 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의당은 결국 필리버스터 종결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의당의 협조 없이도 필리버스터 강제종결에 필요한 180표를 모아 뜻을 관철했다.

무제한토론 진행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14일 다시 한번 바뀌었다.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료 투표에 참석해 ‘강제 종결’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국민의힘이 강제종료를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였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리를 찾아와) 2시간 (발언)하고 필리버스터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그 순간 종료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종료 수용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날의 필리버스터 종료 투표에도 187명이 찬성해 정의당 6명의 가세는 큰 무게를 갖기 어려웠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법, 민주당 변화 이끌었지만…

악전고투했던 국회 안에서와는 달리, 국회 바깥에서는 정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 9월부터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였고, 지난 11일부터는 강은미 원내대표 등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런 일관된 원외 입법 드라이브는 대기업이 반대하는 중대재해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산재예방입법을 대체하려던 민주당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을 일으켰고, 결국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도록 이끌었다. 14일 단식 농성장에는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잇따라 방문해 법안 통과 협조를 약속했다. 다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원내의 몫이다. 또 한번의 악전고투가 정의당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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