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민주당 초선의원 동행기
당내 TF서 그린뉴딜 맡아 분주
원내부대표·지역구 활동까지
활동가 시절 못지않은 일정 소화
의원실 차량으로 전기차 관철 등
낯선 여의도서 ‘용감한 시도’
“온실가스 9할은 에너지 영역
환노위 아닌 산자위 가야 제 역할”
당내 TF서 그린뉴딜 맡아 분주
원내부대표·지역구 활동까지
활동가 시절 못지않은 일정 소화
의원실 차량으로 전기차 관철 등
낯선 여의도서 ‘용감한 시도’
“온실가스 9할은 에너지 영역
환노위 아닌 산자위 가야 제 역할”
‘선행학습’을 마치고 온 학생 같았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이소영(34·경기 의왕·과천)은 벌써부터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 중이다. 코로나발 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이 중요해지면서 ‘환경변호사’ 이소영의 몸값도 함께 올라갔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서 세번째, 21대 국회에서 여섯번째로 젊지만, 경력은 웬만한 의원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청소년 모임에 기웃거렸던 그는 유달리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뭐든지 손에 잡히면 끝이 보일 때까지 파고드는 성정이어서 대학 졸업 무렵인 2009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참관하러 ‘자비로’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혈혈단신 날아갈 정도로 ‘환경 덕후’가 되어 있었다. 이후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법률 자문을 하는 변호사가 된 그는 2016년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회사를 변호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곧장 사표를 내고, 기후 문제를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해 활동해왔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만난 그는 자신을 “아직 어리바리”라고 표현했지만 ‘그린뉴딜’에 관해서는 벌써 상임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거나 다름이 없다. 지난 1월 민주당에 영입되자마자 미세먼지 정책이 전부였던 민주당 환경공약에 그린뉴딜을 포함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을 한국형 뉴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을 때는 “정말 뭔가 되려나 보다 싶어서 손끝이 진짜 쩌릿할 정도”였다. 그가 생각하는 그린뉴딜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산업구조·에너지공급 등 거시적 정책뿐 아니라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일이다. 이런 ‘사회적·경제적 대전환’을 정책으로 구현하려면 세밀한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산하 한국형 뉴딜 티에프에 적극 참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5주 연속 진행하는 그린뉴딜 토론회를 꾸리는 이유다.
이 의원은 시민단체에 몸담았을 때도 ‘일을 위해 최적화된 삶’을 살았다. 정시 기상, 정시 출근은 물론이고, 출근하면 관심 분야의 입법예고된 법안과 그날의 뉴스를 살핀 뒤 이미 우선순위를 매겨둔 업무를 차례대로 처리하는 식이다. 일할 시간을 확보하려고 스스로 점심·저녁 약속을 주 2회로 제한할 만큼 ‘일중독자’다.
“본래 스스로를 들볶는 편이라서 이 정도는 거뜬하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의 역할은 예전보다 훨씬 과중하다. 환경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유권자들을 챙겨야 하고, 당직(원내부대표)도 수행해야 한다. 새벽에 의왕시 자택을 나와 온종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젖은 솜처럼 녹초가 되어 밤 11시에 퇴근하기 일쑤다. 지난 12일 하루 일정표만 봐도, 그린뉴딜 회의(오전 7시30분)-원내대책회의(오전 9시30분)-오찬-언론 인터뷰(오후 1시30분)-의왕역 발전을 위한 주민 총연합회(오후 3시30분)-이재명 경기도지사 만찬까지 빼곡했다.
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취미도 없고 놀 줄도 모르는” 성격에다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일하던 그로선 식사 자리가 정보 교환의 장이 되고 예측 불가능한 일정도 많은 여의도 문화가 낯설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수시로 전학을 다녔기 때문에 ‘생존형 사교스킬’이 몸에 배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국회와 정책공조를 많이 해봤지만 정작 국회 일원이 되고 보니 몰랐던 ‘여의도 깨알 상식’이 산더미다. 원내부대표로 임명되고 일주일 뒤에야 원내부대표는 자동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속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곤 깜짝 놀랐다. 얼마 전엔 “궂은일은 제게 주시라”며 ‘간사’를 맡겨달라고 했다가 선배 의원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국회 상임위 간사는 엄청 높은 자리야’ 그러시더라고요. 하하.” 국회는 처음이라 ‘용감한’ 시도도 했다. 의원실 차량으로 전기차를 골랐다가 “충전소를 못 찾을 수도 있고 불편하다”는 보좌진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환경전문가인 내가 내연기관 차를 탈 수는 없지 않으냐”며 전기차를 관철해냈다. ‘주 1회 채식 논쟁’도 이어졌다. 이 의원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채식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자 보좌진은 “식사 약속이 많은 국회에선 비현실적”이라고 막아섰다. 여기선 이 의원이 뜻을 굽혔다.
‘원 구성’을 앞두고 요즘 이 의원의 목표는 인기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필사적이다. 기후 위기는 에너지 문제이기 때문에 산자위에 가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생각한다. “‘성과로 후덜덜’한 초선이 되고 싶어요.” 입을 앙다물며 다짐하는 모습에선 ‘환경 덕후 이소영’을 넘어 ‘국회의원 이소영’이 보였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권범철 kartoon@hani.co.kr
초선 의원 의정연찬회가 열린 5월20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여야 초선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할 때는 보수적인 기업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는 진보적인 활동가들과 가까이 지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과 잘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야당과의 대화’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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