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들의 경제 현안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19·20대 국회의원들에 견줘 중도·보수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의 폭은 현안에 따라 달랐는데, 전국민 고용보험과 비정규직, 기본소득 관련 항목에선 오히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상당 수준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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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모두 경제 분야에서 보수화
7일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진행한 ‘21대 국회의원 정치이념 및 정책 현안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영역에 대한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응답 평균치는 3.18, 통합당은 6.25로 나타났다. 앞선 19대 국회(민주통합당 2.13, 새누리당 4.41)와 20대 국회(더불어민주당 2.18, 새누리당 5.34) 당시의 조사 결과에 견줄 때 두 정당 모두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이 오른쪽으로 조금씩 이동한 것이다. 특히 통합당 의원들은 8년 전인 19대와 비교해 1.84포인트 보수적인 방향으로 옮겨가 같은 기간 민주당 의원들(1.05포인트)보다 보수화의 폭이 컸다. 경제 현안에 대한 정당 내부의 인식 차는 통합당이 더 컸다. 집단 내 이질성을 보여주는 평균 표준편차는 민주당 1.09, 통합당 1.90이었다. 20대 국회 때 조사 결과(민주당 1.22, 통합당 1.31)와 비교하면, 통합당의 이념적 동질성은 약화됐고, 민주당 내부의 이념적 차이는 더 좁혀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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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당 인식 차는 경제 철학의 차이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 조사는 경제성장과 복지 확대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지, 비정규직과 기본소득, 고용보험,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와 태도가 어떤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두 정당이 가장 큰 인식 차를 보인 것은 경제성장과 복지 확대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묻는 항목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는 3.69로, 복지가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반면 통합당 의원들의 입장은 7.59로 경제성장을 훨씬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정당의 인식 차는 3.90포인트로 경제 영역 5개 항목 가운데 인식 차가 가장 컸다.
이 밖에 두 정당은 기본소득(민주당 2.08, 통합당 5.35)과 종합부동산세(민주당 4.44, 통합당 7.70)에 대해서도 각각 3.27포인트, 3.26포인트 격차를 보여 전체 경제 영역의 평균 격차(3.07)보다 더 큰 인식 차를 보였다. 다만 기본소득의 경우 민주당이 매우 진보적인 시각(2.08)을 나타낸 가운데 통합당도 찬반양론이 경합하는 성향(5.35)을 보였다면, 종부세는 통합당이 완강하게 보수적인 태도(7.70)를 보였고, 민주당은 중도적 입장에서 수렴하는 양상(4.44)을 보여줬다. 종부세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의 진보적 색채가 그만큼 옅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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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 비정규직 문제 등 협력 기대감
반면, 비정규직 격차 해소와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태도에서는 두 정당 사이에 격차가 크지 않았다. 특히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한 항목에선 양당 간 격차가 2.11포인트(민주당 3.10, 통합당 5.21)에 불과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 항목에선 민주당이 2.53, 통합당이 4.78의 인식 수준을 보였다. 통합당이 ‘중도 진보’(5 이하) 수준의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규모 실직과 사회안전망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한 것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진행한 장승진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경제 문제에 대한 철학적 입장은 차이가 여전했지만, 고용보험 확대와 기본소득 도입,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 최근 현안에 대해선 통합당 의원들도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집권세력이 협치 전략을 짤 때 참조해야 할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