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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코로나가 공론화 불지핀 ‘기본소득’…차기 대선주자들 ‘백가쟁명’

등록 2020-06-09 05:00수정 2020-06-09 11:35

기본소득 논의 본격화
코로나 시대 첨예한 복지 쟁점
여야 거물급 찬반 의견 쏟아내
총선 때 재난지원금 위력 체감
차기 대선 최대화두 떠오를 듯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3월 국회 앞 모습.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3월 국회 앞 모습. 연합뉴스

기본소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정치의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견해를 밝히면서, 2010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처음으로 정치담론 시장의 한복판을 ‘복지 이슈’가 점령한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현금성 복지의 효용을 체감한 터여서 이슈의 확산력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인이라면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을 포함한 복지시스템 전반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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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넘어 각개전투

기본소득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코로나발 민생 위기’가 가시화하던 지난 3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설계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전국민 지급’으로 확대했다.

총선 결과를 통해 현금 복지의 위력이 확인되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여권의 주된 관심은 기본소득 도입보다는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였다. 집권 여당으로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제를 당장 구체화하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고용보험이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되면 그 자체로 낮은 단계의 기본소득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하려면 증세, 복지체계 개편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번 정부에서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은 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는 지난 3일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확대’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했고, 이튿날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기본소득 이슈는 삽시간에 정치 담론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여권에서는 2017년 대선 당시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건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가며 증액하면 된다”며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새 경제정책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끌어낸 (김종인) 위원장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훨씬 더 정의롭다”며 이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처음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보수진영도 김 위원장 발언을 계기로 내부 논쟁이 본격화했다. 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해 대학 특강에선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고민해볼 문제”라고 밝힌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국형 기본소득’ 검토를 주장하며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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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선 화두 될까

코로나발 경제위기와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더이상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 세출 조정이나 증세, 국채 발행 등 재원조달 방식과 복지체계 개편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이 예상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기본소득 논쟁은 소요되는 비용 등이 무상급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누구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의 브랜드로 삼으려고 모두가 논의에 뛰어들지만, 대선에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무상급식은 증세 없이도 (세출 조정 등으로) 시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는 증세 논쟁을 피해갈 수 없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냐 기본소득이냐,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두고 정치세력 간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 논의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발 위기로 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성격의 돈을 나눠주자는 건 이해 가지만, 이게 바로 기본소득 논의로 연결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지니 소득보전을 어떻게 해줄 것이냐’가 기본소득의 근본적 문제의식인데, 한국은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논의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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