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 육성 사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3단계 통일론’은 △북한을 평화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한 뒤 △남북한의 평화적 교류를 확대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는 김 전 대통령의 통일원칙이다. 그는 1971년 대선에서 3단계 통일론을 처음 언급한 뒤 이를 발전시켜 남북연합단계-연방단계-완전통일단계로 나아가는 통일 이론을 완성했다.
이날 공개된 음성 자료는 김 전 대통령이 일본 망명 생활 중이던 1973년 3월21일 일본 하코네에서 재일동포 민주화운동가들을 대상으로 연설한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강의에서 “평화적 공존, 무엇보다 우리가 절대 전쟁하지 않고, 서로 죽이지 않고 공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 당장 통일이 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남북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교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서로가 가진 오해와 불신을 깨끗이 씻고 동포애와 신뢰를 회복해서 완전통일의 기초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과 같이 민족적 양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권으로는 절대 통일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집권하면 진실한 통일을 즉각 단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