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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의도 시계’를 돌려라! 국회 원구성 힘겨루기 뒷이야기

등록 2020-06-15 17:29수정 2020-06-16 02:31

21대 국회 ‘개문발차’ 막전막후
오전부터 여야 지도부 강경 발언으로 ‘공중전’
여야 초선 의원들 각각 의장 면담하며 ‘지상전’
오후 6시 본회의 전 여야 의총 열어 전열 정비
민주당, 6개 상임위원장 선출 계획 뒤 전술 공유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5일 ‘여의도 시계’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21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간 지도부들뿐만 아니라 양당 초선들까지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힘겨루기에 나섰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소집을 예고한 이날 아침부터 양당 지도부는 원구성을 둘러싼 강성 발언으로 공중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9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다 했다. 이제 민주당은 갈 길을 가겠다.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을 일주일 넘긴 만큼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미래통합당도 이날 오전 9시30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문민정부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원구성은 여야 합의에 의해 이뤄졌고,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관행이 정리돼왔다. 무슨 말 못할 것들이 그리 많아서 (법사위원장을 통해) 법원과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어 “거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또다시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박병석 의장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중전 뒤에는 지상전이었다. 박병석 의장이 이날 오전 11시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막판 조율을 예고하자, 여야 초선의원들이 각각 의장실을 방문해 세를 과시했다. 먼저 열린민주당 등을 포함한 범여권 초선의원 14명이 10시40분께 의장실을 찾아 신속한 원구성을 촉구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과 면담이 끝난 뒤 “국회가 준법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오늘 반드시 상임위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의장님은 ‘모든 결정은 국민과 국가가 중심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의장실을 찾은 통합당 초선의원 10여명의 손에는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문’이 들려 있었다. 배준영 통합당 의원은 국회의장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 58명 초선의원의 간곡한 뜻을 말씀드렸다. 오늘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이)가 통과되면 여야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는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최후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11시45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제사법위원회를 내주지 않는 여당을 성토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11시45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제사법위원회를 내주지 않는 여당을 성토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오전 11시 두 당 원내대표가 의장실에서 마주 앉았지만 결국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 한다는 여당과,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장은 무의미하다는 야당의 입장만 재확인한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1시45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왜 일당 독재로 헌정사로 오명을 남기려 하느냐. 역사는 오늘의 폭거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야당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법사위원장) 하나를 남겨두자는 것이 어찌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병석 의장이 15일 정상적으로 본회의를 개최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오늘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처리해달라고 강력히 말씀드렸다”며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 범위는 의장님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면서 통합당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오후 6시로 미뤄지면서 두 당은 소속 의원들을 집결시켜 대오를 정비했다. 오후 들어 민주당이 법사위·기재위·운영위 등 일부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통합당 의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오후 3시에 소집된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저는 박병석 의장에게 경고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거대 여당의 의석으로 국회의 관행을 무시하게 되면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술 마련에 들어갔다. 오후 4시 당 대표실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법사위·기재위 등 이날 선출 예정인 상임위원장 후보를 확정했고, 본회의를 불과 30분 앞둔 오후 5시30분 의원총회를 열어 이탈표를 단속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82명에 이르는 초선의원들이 실수로 ‘사표’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상임위원장의 이름을 주관식으로 적어내야 하는 표결 방식 등도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황금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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