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1대 국회가 19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지각 국회’라는 오명을 단 채 16일 개원식을 열었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 47일 만이고, 그간 가장 개원식이 늦었던 18대 국회(7월11일) 때보다 닷새 뒤다.
개원식이 열리는 날이었지만 ‘반쪽 국회’의 앙금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정보위원장에 선출됐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본회의장에 오지 않았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했으나 투표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정보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함에 따라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으나 여야 온도 차 역시 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나로 뭉쳐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각 당의 상징색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왔다. 그러나 통합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달고 검은색 마스크를 낀 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오후 2시20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통합당 의원들은 기립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개원 연설 때 착용한 넥타이. 각 당의 상징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을 넣어 ‘협치’의 의미를 살렸다. 청와대 제공
앞서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대통령 입·퇴장 시 기립 및 박수 등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것이 원내지도부 의견이오니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의원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19번 박수를 보냈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연설 중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말하자 한 통합당 의원은 “협치합시다, 협치”라고 외쳤다.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원식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떠날 때도 통합당 의원들은 기립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개원 연설을 앞두고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의원 국정조사,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공개 질문을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질문지를 문 대통령과 함께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개원 연설 뒤 박병석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정세균 국무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과 환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원 연설이 갑자기 잡혀 어제 연설문을 완전히 새로 썼다”며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한국판 뉴딜 계획을 국회에 먼저 말씀드린 뒤 국민께 발표하려 했는데 국회 개원이 조금 늦어지면서 선후가 바뀌었다”며 국회의 이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나서는 도중 소동도 있었다. 한 60대 남성이 문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지며 “문재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라. 문재인 물러나라”고 외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주빈 서영지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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