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두번째 제헌절을 맞은 17일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워,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우리 국민 마음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던 헌법을 다시 꺼내면 좋겠다.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경제·사회·문화·노동·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헌법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내년까지 논의하자’는 박 의장의 제안에는 난색을 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은 언제든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중심으로 개헌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개헌은 모든 현안을 잡아먹는 큰 논의다 보니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써야 할 지금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 의장이) 개헌이라고 말만 했지,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당이 개헌을 제안하면 동참하겠냐’는 물음엔 “어떤 내용으로 개헌하느냐를 두고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개헌에 대해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개헌을 언급하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지혜 이주빈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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