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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지원 “하태경 의원 태어나지 않은 55년전 학칙 모르니 단국대에 물으라”

등록 2020-07-27 11:49수정 2020-07-27 13:41

청문회 저격수서 수비수로 검증대에 선 국정원장 후보
‘학력 위조’ 의혹 놓고 하태경 의원과 팽팽한 신경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야당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했던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수비수’로 입장을 바꿔 나섰다. 박 후보자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이명박 정부)부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박근혜 정부) 후보자까지 총 9명을 낙마시킨 바 있지만, 박 후보자가 청문회 주인공이 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될 때에는 인사청문 제도가 없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학적을 위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학적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학적부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꾸며 제출했다가 2000년에 이를 광주교대 기록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성적 등 개인정보를 가린 단국대 학적부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후보자는 “성적을 가리고도 (공개) 안 하겠다”라며 “문제가 있으면 하 의원님이 대학에 가서 요구하시라”고 답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보기 드문 후보자와 청문위원 간 말싸움도 벌어졌다. 하 의원이 “저희가 판단한 결과 후보자는 이미 2000년 권력 실세였을 때 후보자의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서 단국대를 겁박해서 다시 한 번 학력위조를 했다”고 말하자 박 후보자는 “저는 위조한 적도 겁박한 적도 없다는 것을 위원님이 이해하시고 질문을 하시면 답변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 의원과 박 후보자는 거듭 서로의 발언을 끊어내며 팽팽히 신경전을 벌였다. “위조, 겁박 이런 말씀을 하면서 저한테는 짧게 답변을 하라고….” “본질 흐리지 마시고. 저도 박 후보자님 전략을 잘 안다” “아니 저도 위원님 전략 잘 안다. 그렇게 모든 걸 뱉어두면 그런 위주로 나갈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라” 하 의원은 급기야 전해철 정보위원장에게 “(후보자가)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한다”며 제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박 후보자는 “질문을 질문답게 해야 대답을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우리 하태경 위원님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저는 그 당시 단국대 학칙을 모르니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에 가서 물으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개인 신상과 도덕성 문제를 다루는 오전에만 공개하고, 대북·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오후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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