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례없이 긴 장마와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나날이 불어나자 여야 모두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카드를 들고 나섰다. 정부는 일단 남아 있는 예비비로 수해 복구가 가능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하루하루 늘어가고 폭우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추경 편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서 피해복구를 위해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사항을 긴급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2002년 태풍 때 4조1천억원의 추경이 있었고 2006년 태풍 때도 2조2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해 전액 피해복구에 투입한 적이 있다”며 “남은 예비비로 응급복구가 어렵다면 국회가 선제적으로 추경을 검토하고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4차 추경을 편성한다면 8월 국회 내에 처리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권도 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예산이 별로 남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순수한 재해 복구와 국민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이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신속하게 국회를 열어 재난 피해복구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지금은 피해 규모를 본 다음에 판단하자고 한가하게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들었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기존 예산의 전용, 예비비 지출 등을 통해 수해 복구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세차례 추경예산안 중 남은 예비비 2조6천억원을 다 호우 대책에 쓸 수는 없지만, 기정예산이 있고 예산 구조상 보완적 장치가 있다”며 “복구사업 가운데는 시간이 걸려 내년 예산에 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4차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정부·여당은 오는 12일 오전 긴급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은 당장의 피해 복구는 예비비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치수시설 재정비 등을 위해 추경 카드도 열어두자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추경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 어떤 복안이 있는지 고위 당정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도 본예산을 비롯해 3차 추경까지 올해 예비비는 총 5조6천억원이 편성됐는데 이 중 3조원은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이미 소진된 상태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고위 당정에서 추경안 외에도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재난 예비비 2조원을 이용한 우선 대응 방안 △15년째 동결된 이재민 지원금 현실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이경미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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