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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여권, 자기 흠엔 내로남불…‘어쨌든 통합당보단 낫다’는 식”

등록 2020-08-19 04:59수정 2020-08-19 16:19

여권 지지층 6명 추적 인터뷰

거대여당 일방독주
“조국 사태·정의연 의혹 비판 막아”
“국회 독주엔 ‘니들끼리 잘해라’ 생각”
“노영민 비서실장 계속 기용하는 등
작은 흠은 그냥 간다는 태도가 한계”

개혁 진성성 의문스러운 무례함
“검찰 개입 과잉…인사 떳떳한지 의문”
“추미애-윤석열 싸움 이젠 피로감”

정책성과 못 내고 여론 벽 부딪혀
“정의감 있으나 경제감각 젬병”
“극렬 지지층만 보고 반성 안 해”
“대통령 비판하면 적으로 몰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민심 역시 물처럼 흘러간다. <한겨레>가 지난해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에 참여했던 여권 성향의 20~50대 남녀 6명에게 최근 정국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흘러가는 민심을 면밀히 읽기 위해서다. 에프지디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터뷰 역시 익명으로 진행됐으며, 가명은 2017년 대선 투표 정당-4·15 총선 지역구 투표 정당-비례투표 정당 순서로 표기했다. 정당 약칭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민, 미래통합당은 통, 정의당은 정, 열린민주당은 열, 국민의당은 국으로 표기했다. 인터뷰는 지난 14~15일 개별적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를 당혹감과 고뇌로 보냈던 정민정(55·남)은 이제 “정치 혐오로 정치 기사 읽기도 싫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고 “진보정당에 힘을 실어주려고” 전략적으로 심상정 후보를 찍은 진보 성향의 시민이다. “검찰개혁엔 찬성하지만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는 동의어가 될 수 없기에” 서초동 집회엔 참석하지 않았던 그는 가장 실망스러운 사건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조국 사태 때 민주당은 마치 조국을 공격하면 검찰개혁이 좌초된다는 듯 그를 옹호했다. 이번에도 윤미향에 대한 공격은 친일파들이나 하는 거라는 그 태도가 기시감이 들었다.” 총선 압승 뒤 민주당의 ‘독주’도 마음이 멀어지게 만들었다. “나도 총선 때 민주당을 뽑은 사람이라지만 민주당이 압승 뒤에 멋대로 하겠다 하니 ‘그래 니들끼리 잘해봐라’ 하는 마음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진짜 다른 세상을 보여줄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가 높았던 대학생 민통정(26·여)은 실망하는 기색이 더 짙어 보였다. 민주당 후보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역구 투표는 상대적으로 더 호감 있는 통합당 후보를 찍고 비례투표는 정의당을 찍었다는 그에게 결정타를 날린 사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빈소에 전달된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였다. “민주·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에 기대하는 기준이 있지 않나. 괴로워할 국민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조화를 보낼 만큼 견고한 자신들만의 카르텔에 무력감이 들었다. 문 대통령이 했던 일 중 가장 믿지 못할 일이 ‘페미니스트 선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민주당에 실망한 이들이 자주 꺼내는 단어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굳건한 민민민(31·남)도 “민주당의 한계는 ‘우리는 더 큰 일을 한 사람이라 작은 흠은 받아들이고 간다’는 태도”라고 했다. “조국 사태 때도 많이 느꼈고, 과거에 ‘시집 강매 사건’으로 문제가 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계속 기용하는 걸 보고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박원순 시장 장례도 다른 진영 사람이었다면 논란 속에서 서울특별시장(葬) 추진은 안 했을 것 같은데 (박원순이라) 밀어붙였던 것 같다.”

민주당에서 ‘무례함’을 떠올리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어느 선거나 한결같이 민주당을 선택했고, 지금도 신뢰한다는 민민민(55·남)조차도 민주당의 문제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태도’를 꼽았다. “박원순 시장 빈소에서 이해찬 대표가 거북한 질문을 받자 카메라 앞에서 발끈하더라. 그런 태도는 (지지자인) 제가 보기에도 썩 거슬렸다. 괜히 ‘독주’한다는 오해를 안 사도록 잘 행동했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깊어질수록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거셌다. 애초에 지난해 서초동 집회를 시큰둥하게 지켜봤던 정민정(55)은 “추 장관이 아무것도 아닌 윤석열만 대선 후보로 띄워주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자기들이 임명한 사람 못 쫓아내서 이 난리를 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는 미래통합당, 비례투표는 열린민주당을 찍어 응답자 중 가장 민주당 ‘지지 농도’가 약한 국통열(56·남)은 ‘꼰대’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제일 실망스러운 건 추미애 장관이다. 꼰대도 그런 꼰대가 없다. ‘명을 거역?’ 제정신인가 싶었다. 검찰이 아무리 못됐다지만 꼭 야당이랑 싸우는 모습 같다.”

‘태도’는 개혁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러” 지난해 서초동 집회에 나갔던 민민민(31)마저 이번엔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정부가 검찰에 개입을 너무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민주당은 정말 떳떳하게 정치적 의도 없이 헌법에 맞게 검찰 인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통합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민주당은) 분명 ‘검찰 탄압’이라고 했을 것 같다.”

역시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민민정(43·남)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싸우는 건 별로 관심이 가질 않는다. 올해 들어서는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급진적 개혁보다 점진적 변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고 자꾸 대립만 반복된다.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여론은 악화하고 민생 관련 정책은 성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이 참 겸손하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인데 무능한 것 같다”는 정민정(55)의 말이 이를 요약한다. 국통열(56) 역시 “민주당의 정의감”은 인정한다면서도 “경제 감각은 젬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그림을 보면서 갔으면 좋겠는데 부작용 생각 안 하고 ‘오르니까 일단 때려잡아!’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주택 세부담을 강화하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지지한다는 민민민(55)은 “경제는 심리니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거라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정부가 임차인에게도 신뢰를 못 주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강고한 ‘대오’도 흔들리는 기색이었다. 정민정(55)은 “강성 지지층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당이 정신 차리지 않아도 극렬 지지층만 보면 계속 선거 이길 것 같으니까 반성을 안 한다”고 비판하자, 민민민(31)은 조심스레 “이게 저 같은 사람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머쓱한 듯 웃었다. 그는 “‘문 대통령 믿고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흔드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 이견이 있는 사람들이 문제 제기하면 나쁜 사람처럼 비치는 분위기가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민주당 독주를 막기 위해선 야당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통합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해도 여권을 지지했던 이들이 통합당에 쉽게 마음을 주기 어려워 보였다. 정민정(55)은 “통합당이 후지니까 민주당도 구려진다. 통합당이 변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며 한국 정치가 ‘하향평준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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