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취임 직후인 지난 1일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에게 경제 민주화 등 양당에 공통적인 정강정책에 해당하는 법안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소관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원내 지도부의 견해는 대부분 유보적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지만, 개별 법 조항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정기국회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겨레>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원내 지도부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다수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추후 정부안을 꼼꼼히 검토해보겠다”는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특히 해당 법안의 심사 과정에 길목을 지키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와 법제사법위원회(상법) 간사들은 법안 심사를 서두를 뜻이 없다고 밝혔다. 정무위·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14명 가운데 <한겨레>에 입장을 밝힌 11명 중 ‘유보’가 7명, ‘찬성’과 ‘반대’는 각 2명씩이었다.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아직 법안 검토를 많이 못 했다. 재계나 학계, 시민단체 등과 공청회를 거쳐 잘못된 것은 고치고, 무리한 것은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외국 입법례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고 제한적으로 판례에 의해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입법론상) 상당히 쉽지 않은 법”이라며 “현재 입장은 ‘백지상태’에서 찬반 양쪽 의견을 듣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무위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무위 소속 김희곤 의원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대·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경제 3법의 과도한 독소조항이 문제”라고 말했다. 역시 정무위 소속인 유의동 의원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상충하는 등 법률안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면이 있다. 정책 효과가 의문스럽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법사위의 유상범, 전주혜 의원도 “현재까지 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 관련해 찬반 의견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법사위 소속 장제원 의원은 찬성 의견을 가장 강하게 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통해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다중대표소송제 단계적 시행’ ‘총수 일가 부당거래 규정 강화’ 등 선명한 경제민주화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며 “공정경제 3법은 정강·정책 개정과 함께 우리가 먼저 던졌어야 했던 법들”이라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 “경제민주화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세부 법률안 따져보고 부작용이 크지 않은 부분은 추진해야 할 것”(강민국 의원)이라며 소수가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정도다.
각 상임위의 법안 심사 과정을 조율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원내 지도부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별 상임위와 당 정책위가 검토해야 할 사안인데 너무 빨리 불거졌다. 제도 하나하나가 중대하고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안별로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민주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쪽도 “제도별로 부작용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책위 부의장인 추경호 의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시점에 경제계에 부담을 키우는 법 개정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7일 정부안에 반대해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등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내용으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기업 감사위원을 별도 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쟁점이 포함돼 있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시민단체 등도 공정거래법 고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는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 비율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별도의 건전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 내용은 김종인 위원장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를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앞서 김 위원장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2016년 대표발의했던 상법 개정안에도 그대로 담겨 있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보면 (3법 제·개정이) 모순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론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반시장적인 법이(아니)냐고 하는데 그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시장 질서 보완을 위해 만든 법”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민주화 등 양당에 공통되는 정강·정책 관련 법안을 함께 입법화하자고 제안한 데 화답한 셈이어서 정기국회에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노현웅 김미나 장나래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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