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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큐알코드 인증’해야 문 열리는 공원 여자화장실?

등록 2020-10-12 16:40수정 2020-10-13 16:00

노인·장애인·저소득층·이주민
‘정보 취약계층’ 배제될까 우려
“백지 수준에서 재검토 필요”
화장실. 게티이미지
화장실. 게티이미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범죄 예방을 위해 큐알(QR) 코드를 인증해야 문이 열리는 여자화장실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인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화장실 접근권을 방해하는 사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2일 심상정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화장실은 모든 시민에게 제한 없이 제공되어야 하는 보편적 접근권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며 “사업을 백지 수준에서 다시 기획하고 공공시설의 치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사업은 “여성전용 출입구역에 남성 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몰카 설치 및 스마트폰을 이용한 도촬(불법촬영) 등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4월 ‘큐알 코드 인증방식 출입문 제어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고 예산 8억 5천만원을 들여 세종특별자치시와 경기도 양주에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시범 사업을 거쳐 전국 공공 화장실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 의원은 이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는 큰 허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이나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적 약자, 외국인, 이주민 등을 배제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장애인·저소득층·이주민 등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은 전체 국민과 견주어 51.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정보 취약계층은 공공시설의 보호조치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다면 얼굴인식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성별을 인증하거나 일반 화장실을 사용하라는 입장인데 이 역시 논란거리다. 심 의원은 “큐알 코드를 사용 못 하겠으면 일반 화장실 가라는 식의 대응은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 회피”라며 “공공시설의 치안 관리 책임을 디지털화를 통해 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스마트도시개발처 관계자는 “현존하는 화장실에 특정 계층을 못 가게 하는 것도 아니고,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인데 누군가를 차별한다는 지적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면서도 “큐알 코드 인증 과정을 굉장히 단순하게 만들고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제·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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