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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산업안전보건법 바꾸려던 여당, 중대재해법도 탁자에

등록 2020-11-12 04:59수정 2020-11-12 07:22

국민의당-정의당 중대재해법 공감에
우원식·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법안 발의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추진단 소속 의원들과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추진단 소속 의원들과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인명 사고가 발생한 기업·사업주에게 형사책임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이 ‘정의당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공감을 표한 데 이어 11일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박주민 의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론 채택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혀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동안 별도의 법안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방점을 찍고 있던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으로 방향을 틀지 관심을 모은다.

박주민·우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대재해를 야기한 법인이나 기관에는 손해액의 5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우 의원은 “한국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이 많이 양보해서 합의한 절충안”이라며 “아직 당론으로 보긴 어렵지만 당론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회의원은 당연히 노동뿐 아니라 경영도 대변해야겠지만, 경영의 탐욕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산안법 개정 방향을 에둘러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산안법 개정 쪽으로 논의 주도권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안법 개정으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담을 수 있기에 최선의 안을 도출하려 노력 중”이라며 “기존 산안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할 일이지 완전히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안법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쳐도 일선 관리자에게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한계를 보였다.

민주당 정책위는 기존 산안법을 고쳐 사용자에게 ‘산업안전보건 조치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여한다면 처벌 강화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산업안전보건 조치에 대한 확인 의무를 먼저 부여하면 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그 뒤 산업재해가 벌어질 경우에 강력히 처벌할 조건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대부분의 산재는 원청이 도급을 맡긴 뒤 혼재 작업을 지시하거나 발주처가 무리한 공기 단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산안법상 정해진 안전설비를 설치했냐 안 했냐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별도의 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장도 “산안법은 애당초 산업안전보건 수칙을 정하고 위반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법이지 재해의 책임을 묻는 법이 아니다”라며 “기업 경영문화 자체가 산재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산안법만 개정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주·경영책임자·기업에 형사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정의당 쪽도 우려를 나타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산안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애초 법 취지가 달라 산안법에 하나로 합치려면 상당한 부조화가 일어난다”며 “민주당은 산재에 대한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안법 개정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이지혜 노지원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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