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시대전환 등 소수정당들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예산 야합’ 속에서 소수정당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방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안 결의 장면을 보았다”며 “지난 10월 말에 예산 소위를 통과한 예산을 아무런 설명도 해명도 없이 양당 간사의 합의로 어떤 사업은 수백억을 감액하고 어떤 사업은 수십억을 증액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상임위에서 ‘어떻게 위원들이 모르는 내용을 1∼2분 만에 검토하느냐’고 강력히 항의하자 양당 간사들은 ‘국회는 양당 간사 협의로 이뤄지니까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수백억 예산을 합의했으니 조용히 하라는 폭력적인 국회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전당이냐”고 호소했다. 조 의원은 “저는 6개월밖에 안 된 초선 의원이지만 제가 배우고 지키고 싶고 실행하고 싶은 민주주의는 이렇지 않다”며 “저는 국회 본청 534호에서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역시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거대양당을 규탄했다. 정부 예산안의 세부 증액·감액을 결정하는 예산조정소위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가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거대양당은 노골적인 예산판 ‘더불어국민의힘’ 창당을 멈추라”며 “비교섭단체는 내년도 예산을 살필 권리조차 없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대표는 예산조정소위에 비교섭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국회 ‘관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특위나 소위원회를 10인 이상으로 구성하면 반드시 비교섭단체가 포함돼왔다”며 “국민 살림에 가장 중요한 예산조정소위에 비교섭단체를 배제하겠다는 것은 거대양당이 관행마저 내팽개치고 ‘밀실야합’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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