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정당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의당이 김종철 대표 체제가 된 뒤 가덕도 신공항 이슈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 등 잇따른 현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각 세우기를 주저해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샀던 과거의 정의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25일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착공을 위한 특별법 추진에 대해 “신공항 정치로 국민의힘과 새로운 협치의 장을 만들어내는 (민주당의) 신박함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전날도 정의당은 “공항 ‘표’퓰리즘”이라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지역 유권자 눈치를 보느라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여당에 대한 비판을 꺼리는 가운데 정의당이 선명한 메시지로 양당의 선거 공조를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국정조사 카드를 꺼낸 데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윤 총장 하나 내쫓는다고 검찰개혁이 되는 것도 아닌데, 온통 그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처에 대해서도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논평으로 민주당과 거리를 뒀다. 정의당은 최근 ‘낙태죄’ 폐지나 소수자 인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구체적인 진보 어젠다에서도 연일 거대 양당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거대 양당을 비판할 때 가끔 쓰는 ‘더불어국민의힘’이라는 표현은 최근 정의당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연일 이어지는 민주당과의 선 긋기에 우려를 나타내는 당원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 정의당이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탈당 러시’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당대표 선거를 거치며 독자 노선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키워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의당의 자체적인 평가다. 정의당 관계자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단독 과반 달성으로 정의당이 더는 ‘캐스팅보트’를 할 수 없게 된 것이 오히려 ‘독자 노선’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여러 현안에서 갈팡질팡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민주당과의 공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독자 노선으로 존재감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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