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10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격론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당론’을 결정했지만 장혜영 의원이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지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올린 공수처법 개정안은 “분명한 후퇴”라며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0일 본회의 직전 국회 본청 중앙홀 농성장에서 “정의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의 당론 찬성을 결정했다”며 “공수처 설치를 비롯해 검찰개혁에 대한 고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매듭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고 노회찬 의원의 ‘삼성 엑스(X) 파일’ ‘떡값검사 명단’ 폭로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찰 특권 앞에 노회찬 같은 의인이 희생되는 불행한 역사를 끝내기 위해 공수처 설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의당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긴 시간 격론을 벌여 내린 결론이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의당은 내부 견해차가 커서 그동안 입장을 정하지 못해왔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고 출범하는 공수처는 권위와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는 의견과 ‘공수처 출범 자체를 계속 지연시킬 수는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부딪힌 것이다.
김 대표는 “정의당이 선택하기까지 대표단과 의원단이 모인 전략협의회에서 서로 다른 많은 의견이 있었고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만큼 많은 고뇌를 거쳤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난 9일에도 자정까지 회의가 이어졌고 오늘도 오전 내내 격론을 벌여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결국 ‘공수처 출범’이 우선이라면서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없앤 조항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면서도 “공수처 출범 자체가 계속 지연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의당은 우선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이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며 “가장 먼저 양당의 후보 추천을 반납하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추천하는 후보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최종 당론을 정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갔지만 진통은 이어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고 공수처법 개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장 의원은 표결 뒤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공수처의 독립성·중립성 보장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개정안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약속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당론에 어긋나는 괴로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실망을 드린 당원님들께 마음을 다해 사죄드린다”며 “하지만 양심에 비추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을 지키는 것 또한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인 정의당의 소중한 가치임을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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