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추천회의 앞두고…여 “사퇴위원 빼고 의결” 야 “충원부터”

국민의힘 추천 임정혁 사퇴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뒤 처음 열리는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추천위원이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예정된 추천위 회의에서 후보자를 의결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천위원을 새로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국민의힘, “새 위원 추천하겠다”

국민의힘 쪽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는 17일 야당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사퇴 입장문을 언론에 전달했다. 임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추천위원으로서 심사대상자의 추천 및 검증 등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왔다”며 “특히 야당 추천위원에게 주어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소위 비토권까지 포기하고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한 후보들에까지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등 능력 있고 중립적인 후보 추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이제 그 역할의 한계를 느껴 추천위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추천위원이 위촉되어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새 추천위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새 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쪽 추천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실무지원단으로부터) 해촉 요청서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고 오늘 보냈다. 지원단에서 추천요청서가 오면 절차에 따라 새로운 추천위원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 변호사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천위원을 추천하고, 위촉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 내일 회의는 열지 말아야 한다”며 “(표결을 밀어붙인다면) 야당 비토권을 없앤 것도 헌법 위반인데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라고 보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민주당, “18일에는 후보 추천해야”

반면 민주당은 18일 회의에서 반드시 후보자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영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추천 사퇴는) 무책임한 공수처 출범 방해 행위”라며 “내일 의결하는 게 국민적 기대이고 법 절차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 쪽의 한 추천위원은 “이미 추천위는 구성되어 있다. 의결정족수만 채워진다면 18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모두 사퇴한다 해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표결은 가능하다. 만약 의결하게 된다면 개정된 공수처법에 따라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의 의결정족수가 6명에서 5명으로 낮춰진 만큼,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후보자 2인을 선정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회의에서 최다 득표(5표)를 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전현정 변호사(법무부 추천)가 추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미 비토권을 행사한 인물들’이라며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개정 공수처법은 정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에게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추천위 회의에서 이 조항을 ‘위원 7명을 모두 채워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의결을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원철 김미나 정환봉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