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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장혜영, 변창흠 후보자에게 읊은 한 편의 ‘시’

등록 2020-12-18 15:47수정 2020-12-18 15:58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 관련해
부적절 발언한 변 후보자를 향해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물으며,
심보선 시인의 ‘시’ 읊으며 사과 촉구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붙어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을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붙어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의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장혜영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라고 물으며, 한 편의 시를 비판 논평으로 내놓았다.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을 기리며 심보선 시인이 쓴 ‘갈색 가방이 있던 역’이란 제목의 시다.

장 의원이 당시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은 추모시를 다시 불러낸 것은 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던 2016년 6월30일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한 사실이 담긴 회의록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공개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장혜영 정의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장 의원은 “김군의 죽음이 정말로 그저 위탁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인가. 김군이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나”라고 변 후보자에게 물으며,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장 의원은 변 후보자의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인식”을 지적하며, 김군의 사고와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라며 심보선 시인이 쓴 ‘갈색 가방이 있던 역’을 소개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아래는 장 의원이 읊은 심보선 시인의 시 ‘갈색 가방이 있던 역’입니다.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심보선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달려오는 열차를 피할 시간도 없었네.

갈색 가방 속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니, 고작 그게 전부야?”

읽다 만 소설책, 쓰다 만 편지
접다 만 종이학, 싸다 만 선물은 없었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전지전능의 황금열쇠여,
어느 제복의 주머니에 숨어 있건 당장 모습을 나타내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이것 봐. 멀쩡하잖아, 결국 자기 잘못이라니까.”

갈가리 찢긴 소년의 졸업장과 계약서가
도시의 온 건물을 화산재처럼 뒤덮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무렴. 직업엔 귀천이 없지, 없고 말고.”

소년이여, 비좁고 차가운 암흑에서 얼른 빠져나오렴.
너의 손은 문이 닫히기도 전에 홀로 적막했으니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난 그를 향해 최대한 손을 뻗었다고.”

허튼 약속이 빼앗아 달아났던
너의 미래를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마, 여기엔 이제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는 소년은 없다네.”

자, 스크린도어를 뒤로하고 어서 달려가렴.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에게로 쌩쌩 달려가렴.
누군가 제발 큰 소리로 “저런!” 하고 외쳐주세요!
우리가 지옥문을 깨부수고 소년을 와락 끌어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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