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 후보 선정을 앞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천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위원 모두가 공감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며 추천을 미룰 것을 거듭 요청했다. 야당 몫 추천위원을 제외한 추천위원들이 내년 초 공수처 출범에 뜻을 모은 터라 28일 오후 2시로 예고된 6차 회의에서는 추천 후보 2인 선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권력 사냥개 안돼”…공수처장 추천위원들에 편지 논란
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4일 추천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서 강행한 검찰개혁 3부작 가운데 2개는 실패했고, 마지막 남은 하나가 공수처 출범”이라며 “내일 처장 후보가 정권 뜻대로 선출된다면 우리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이 추천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편지에서 “이 정권의 ‘묻지마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준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인 공수처라면, 산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추천위가 ‘새해 벽두에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시간표를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느냐.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추천위에 새로 후보들을 추천하고, 하나하나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한 민주당 쪽 추천위원들을 제외하고, 야당 쪽 추천위원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당연직 위원 전원에게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추 장관을 콕 집어 “내일 추천위원회의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당장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추천위원에게 제1야당 원내대표가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편지를 보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쪽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국회의장에 의해 위촉돼 엄연히 독립적인 지위에서 후보추천을 하는 것”이라며 “편지라는 형식으로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보내는 것은 추천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8일 최종 후보 선정 뒤에도 논란 이어질 듯
추천위는 지난 18일 의결 정족수를 5명으로 완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열린 회의에서도 후보자 압축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
지 않았다. 임정혁 변호사의 사퇴로 공석이 됐던 야당 쪽 추천위원 1명 몫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새 추천위원으로 선정했다.
28일 최종 후보자 2인이 선정되면 문 대통령이 최종 후보자를 임명하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절차가 남는다. 결정적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초에는 공수처 출범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언론에서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전현정 변호사, 김진욱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공수처의 외부세력으로부터 직무상 독립을 담보할 수사지휘 경험은 물론이고 기관 운영 경험도 없다”며 “이들이 후보로 임명된다면 행정소송과 가처분 및 위헌법률심사제청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와 김 연구관은 지난달 18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의결정족수에서 1표가 모자라는 5표씩을 얻은 바 있다. 김미나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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