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업무에 복귀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 결정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대처 방향에 관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윤 총장 탄핵”,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판사 카르텔 (해소)” 등 정리되지 않은 강경 발언과 주장이 연일 돌출되고 있다. 174석의 거대 여당이지만 여전히 ‘보수언론-보수야당-검찰이 협공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은데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가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 징계 무산 이후 민주당이 정리한 공식 입장은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다음날 이낙연 당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회의를 열어 제도적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기로 교통정리를 했다. 이를 위해 당의 권력기관 티에프(TF·태스크포스)를 검찰개혁 티에프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개별 의원들의 발언도 매우 강경하다. 김두관 의원은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윤 총장) 탄핵과 동시에 그 가족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거나 공수처에서 윤 총장 개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 헌재를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부 판사들도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이 깨지는 것이 몹시 불편한가 보다. 사법과 검찰의 과잉 정치화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 한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는 촛불을 들어야겠다”고 썼다.
이낙연 대표마저 문 대통령의 ‘법원 결정 존중’ 메시지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밝혔다. 법원이 ‘정치적 결정’을 한 게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여권 일부선 “역풍 빌미줘선 안돼”…검찰개혁 집중 강조
민주당 내에선 이번 사안을 ‘보수언론과 법조, 국민의힘이 한 덩어리로 움직인 결과’라고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검찰은 검찰-언론-보수야당으로 이어진 강고한 기득권동맹의 선봉장”이라는 김두관 의원의 발언은 이런 인식을 잘 드러낸다. 한 재선 의원은 “‘카르텔의 결과 이런 판결이 나왔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고, 작동하고 있다’는 데에는 당내 공감대가 넓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보궐선거 후보 경선과 차기 전당대회, 2022년 대선 경선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당내 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 탄핵’과 같은 강경 주장이 아니더라도 한꺼번에 쏟아내는 제도 개혁 주장이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소와 재판을 검사, 판사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기소배심과 배심재판 도입, 사법관료 충원방식 개선 등을 서둘러야 한다”(황운하 의원),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 개선을 하겠다”(강선우 대변인)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내용은 올해 초 민주당 주도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1월 시행을 앞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뛰어넘는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마련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또 뜯어고치겠다는 약속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탓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냉철히 제도 개혁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우리도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며 “(윤 총장)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시 빌미를, 역풍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 “소리만 크고 실속 없는 탄핵보다 수사권 분리와 의식 있는 공수처장 뽑는 일이 지금 국회가 속히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당 홍보소통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탄핵, 판결판사 탄핵, 공수처로 공격 등 당내 의견들이 너무 어지럽고 무질서하다”며 “검찰개혁! 이제 입법과 국회와 민주당의 시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과 ‘민생'이다”라고 짚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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