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아 미안해’ 갈무리 화면(모자이크)
16개월 아이가 입양 뒤 학대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
치권에서도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인이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아동학대, 음주운전, 산재사망에 대한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의사와 교사들이 학대의 징후를 발견해 신고를 몇 차례나 했는데도 아이를 지킬 기회를 놓쳤다”며 “정치권이 실질적으로 아동학대 근절이 이뤄질 수 있게 더 꼼꼼하게 지켜보고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의심 가정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신고 시 적극적·선제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적극적인 아동학대 방치체계 표준을 만들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현장 목소리를 청취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야권에서도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인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께서 분노하고 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진상 규명을 통해 이 사건의 책임자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 소중한 아이가 학대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법 제도 개선에 필요한 정치권의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발언 직후 자필로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은 종이를 들며 온라인에서 번지는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만 16개월 정인이 사건을 애도하며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는 데 공개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안 대표는 “무엇보다도, 치밀하지 못한 서울시 행정이 이 악을 방치하고 키워냈다. 서울시 책임이 정말 크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자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며 서울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아동학대를 감지하고 신고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 △학대 신고인에게 사후조치 상황 공유 및 추가 의견 제출 △서울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실태 점검 △구·동 주민센터 등과 연대하는 학대 예방체계 확대 구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인사들의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법과 제도, 감시와 대응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아동학대와 비극을 막지 못했는지, 이번 만큼은 철저히 파헤쳐서 잘못된 법이든 시스템이든 관행이든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적었다. 하태경 의원도 “아이가 죽어간다는 신고를 세 번이나 받고도 경찰은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 답변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어린 영혼 앞에 저도 죄인이다. 이 죄를 조금이라도 갚는 길은 아동학대의 뿌리를 뽑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시급히 아동학대 ‘제로 도시’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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