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공관위 2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사무총장, 정 위원장, 정점식 당 법률자문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자체 경선을 통해 제1야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과 주목도를 높여 향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의 보수 야권 단일화 논의가 펼쳐질 경우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 등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 내부 경선 규칙 확정을 뒤로 미뤘다.
국민의힘 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공고(15~17일), 서류 접수(18∼21일), 서류 심사(22∼27일)를 거쳐 오는 28일 예비경선 진출자를 확정짓겠다고 5일 밝혔다. 여성·장애인·정치신인에 대한 가산점은 부여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 후보는 3월 전후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경선에서 검증을 담당할 공관위 산하 시민검증특별위원회도 이날 발족했다. 위원장은 재선의 정점식 의원이 맡았다. 검증특위는 윤기찬 법무법인 우송 변호사와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박보경 전 <문화방송>(MBC) 뉴스 앵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강민지 디알회계세무사무소 회계사 등으로 구성됐다. 김수민 공관위 대변인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연이은 성비위로 보궐선거가 발생했고 어느 때보다 엄격한 후보자 검증 절차를 마련해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이번 공관위의 시민검증특위의 목적이다. 공정·정의, 시민사회, 양성평등, 청렴, 법 분야 등 5가지 전문영역별로 세부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비경선 진출 인원도 검증특위에서 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예비후보 경선 일정을 더는 미루지 않고 확정한 것은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 흐름에 있는 만큼 단일화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자체 일정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지금 민심이 당으로 돌아오는 상황인데 이럴 때 단일화 논의에 매몰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국민들께 우리 당의 변화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가 있다”며 “먼저 우리 당의 후보를 뽑아놓고 그다음에 단일화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선 규칙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정진석 공관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예비경선에서는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100%로 하고, 본경선에서는 당원 20%, 시민 80%으로 경선준비위원회에서 정했는데,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관련해 뜨거운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관위 내부적으로는 예비경선의 경우 ‘당원 20%, 시민 80%’, 본경선을 ‘시민 100%’로 치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는 것을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본경선에는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조처로 보인다.
한 공관위원은 <한겨레>에 “예비 후보자 공고 외에 일정을 정하지 않은 이유는 단일화 가능성 때문이다. 15일 이전에 단일화가 논의되거나, 우리 당 일정 이후에 논의가 될 수도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자체 예비경선 일정을 정하면서 내부 주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의 과거 10년을 보면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다”며 “100% 시민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아직 답은 없는 것 같다. 서울 선거를 꼭 이겨야 하는데 안 대표 때문에 혹시라도 단일화가 안 될까봐 저희(국민의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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