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성평등 조직문화개선대책 테스크포스(TF) 1차 대책발표'에서 김응호 부대표(왼쪽)와 배복주 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2차 가해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일 경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 일부 간부들은 공개 의견서를 내고 “2차 가해 제보는 공포정치”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정의당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대책 티에프(TF)는 28일 2차 가해 가이드라인 10가지와 예시문을 공개했다. 티에프 소속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오전 열린 2차 비상대책회의 머리 발언에서 “피해자가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당원 여러분께 2차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전당적 노력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난 경우, 피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사적·공적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말로 하는 가해’”라며 “다음과 같은 언행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2차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고 10가지 지침을 예문과 함께 소개했다.
① 피해자가 결정한 공론화 방식 또는 사건처리방안에 대한 비난(예시: 꼭 그렇게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어?)
② 피해자가 밝힌 사실관계에 대한 불신(예시: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③ 성폭력의 구체적인 내용 및 정황 등에 대한 부적절한 호기심 (예시: 그래서 뭘 했다는 거야?)
④ 피해자의 피해호소 의도에 대한 의심(예시: 무언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랬겠지)
⑤ 피해자에게 사건에 대한 책임 전가 (예시: 피해자가 처신을 잘못했을 거야)
⑥ 피해자가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 것 (예시: 피해자 때문에 우리당이 위기에 처했어)
⑦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과 추측
⑧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을 기반으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⑨ 피해자 또는 피해사실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
⑩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강민진 위원장은 “정의당을 신뢰하기에 목소리를 낸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당원 여러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 당대표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엄중함을 무거운 마음으로 인식하고, 사건의 해결과 당의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회의에서 “쏟아지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6일 당차원에서 긴급하게 제보 메일주소를 공개했고, 200여건이 넘게 제보를 받았다. 제보된 2차 피해 내용을 검토하여 당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가 설명할 수 있는 건 충분히 설명하겠지만, (2차 가해가) 악질적이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일 때 법적인 조치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4·7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도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전날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무공천 여론이 다소 우세했다고 한다. 배 부대표는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가 ‘젠더 선거’이고 ‘미투 선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의 성추행 사안으로 인해 지금 우리 당도 고민이 깊다. 공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이 총괄하는 4·7 재보궐 티에프(TF)는 이날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자·김영진 부산시장 후보자와 면담해 의견을 들었다. 공천 여부는 30일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의당 일부 간부들은 이날 ‘2차 가해 제보 받기를 중단하라’며 공개 제안서를 냈다. 이들은 “‘2차 가해 제보'를 하라며 당원과 국민들에게 입을 다물라, 서로를 고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고통과 혼돈에 쌓인 당원들을 당이 나서서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서 악의 없는 질문과 의견이 나오는 것까지 막고 있다. 공포정치다”라며 “‘2차 가해 제보'는 중환자실에 들어간 우리 정의당의 산소호흡기마저 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철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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