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기본소득당 용혜인,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 탄핵’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안’에 국회의원 161명이 이름을 올렸다. 탄핵안
의결정족수 151명을 여유 있게 넘긴 숫자다.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탄핵안은 현재로선 이변이 없는 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판사로 기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4개 정당 소속 의원들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탄핵소추를 제안했을 때 함께한 의원은 107명이었는데, 그사이 54명이 추가됐다. 이들이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는 재판 개입이다. 이들은 임 부장판사를 향해 “재판 절차에 개입하고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을 앞두고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전 판결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말하고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발표했고, 1심 법원은 임 판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탄핵안 표결을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발의안에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름을 올려 사실상 당론에 가깝다. 다만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퇴직을 앞두고 있어 탄핵소추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심판하는데,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파면이 결정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회견을 한 의원들은 “국회는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상 의무를 마지막까지 다하면 된다”며 “헌법은 국회에 반헌법행위자에 대한 소추 절차를 진행하라고 명했을 뿐 중도에 포기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를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거듭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의 훼손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사법부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2월 말 퇴임하는 법관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 수용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추진하는 사법부 길들이기 협박용”이라고 주장하며,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소추 발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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