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강남도 재건축 부분 허용해야…공공커뮤니티 결합이 원칙”

[영상] 인터뷰 ㅣ 서울시장 출마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재개발 때 시에서 공공도서관 짓고 조합은 공동체 위해 공간 내놓는 식
도로 중심 도시구획 ‘100년전 모델’…‘21분 콤팩트 서울’ 다핵화는 필연
“‘비문’이라 생각 안해 늘 똑같았다”…중기장관 654일 행정경험 큰 도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e-mail]

‘정치인 박영선’의 행보가 ‘정치인 문재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던 때가 있었다. 반대편에 서서 매서운 공격을 날린 때도 있었고, 극적 화해 끝에 손을 맞잡은 때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된 그는 654일 동안 자리를 지키며 ‘장수 장관’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그를 2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박 전 장관은 “한번도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한 적 없다”며 “내 마음은 늘 똑같았다”고 말했다.

비문 아냐, 내 마음은 늘 똑같아

―출마까지 고민이 길었다. 왜 그랬나?

“당시 중기부에 다급한 상황이 많았다. 버팀목 자금을 차질없이 집행해야 했고, 백신 접종 때 쓸 특허 주사기 생산도 챙겨야 했다. 모더나가 한국에 공장을 짓고 싶어해서 협상도 진행 중이었다. 장관 그만두면 누군가에게 그 일을 넘겨야해서 마무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런 사정 때문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신 출마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사실이다. 만나서 설득했고 관심도 있었다. 90%까지 출마 마음을 먹었는데 마지막 결심 즈음에 (민주당)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떨어질 것 같으니 다른 사람 나가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인데 결과가 안 좋으면 미안할 것 같기도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1월 중순께 최종 출마 결심을 했다.”

―세번째 서울시장 선거 출마지만, 출마 결심에서부터 선언까지 기간이 너무 짧다. 부족한 것 아닌가?

“대학에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했다. 마치 여가생활처럼 도시에 대한 생각을 오래했다. <서울을 걷다>라는 책도 썼다. 축적의 시간은 다른 후보보다 많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했지만, 일각에선 ‘비문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한때는 그런 비판이 있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제 마음은 항상 똑같았다.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님이 때때로 제 말씀을 안들어줘서 섭섭하기도 했다. 사람 간 관계라는 게 그런 게 반복되면서 애틋하게 깊이 이해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장관을 하게 된 것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행정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소상공인, 벤처기업, 스타트업 분들 만나면 너무 반가워하신다. (서울시 선거에)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웃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어떤 건의를 들어주지 않았나?

“(그때) 마지막 유세일정을 정할 때 ‘부산 찍고 서울로 와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서울 찍고 부산으로 내려가시더라. 굉장히 속상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막 항의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17년 대선 당시 문 후보에게 서운해 전화를 피했고, 세번째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서운함을 풀었다고 했다.

“그 얘기는 좀 길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하고 넘어가주면 좋겠다.(웃음)”

―민주당 다른 후보인 우상호 의원을 경선에서 이길 자신 있나?

“저는 세번째 출마, 우 후보는 두번째 출마다.(웃음)”

21분 콤팩트 도시, 관 주도로 가능할까

―서울을 21개 다핵 도시로 재구성하겠다는 ‘21분 콤팩트 도시’가 대표 공약이다. 직장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서 다핵 도시가 안 되는 것인데, 서울시의 의지로 직장 분산이 가능할까?

“(말 끊으며) 가능하다. 현재 도시는 100년 전 뉴욕시 모델이다. 도시를 상업지구·주거지구 등으로 나누었다. 당시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를 구획한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차로 옮겨가고 있다. 도로의 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집중화에서 다핵화로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다. 부동산, 환경, 소상공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시장 재선을 해도 임기가 총 5년이다. 그 안에 가능한가?

“1년 2개월 안에는 모델을 하나 만들 수 있다. 여의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5년 안에는 21개 모두 가능하다. 파리에 가면 에펠탑이 있듯이, 서울에 오면 ‘(21분 콤팩트 도시’의 핵심 구상인) 버티칼 가든시티가 있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 서울이 향후 100년 도시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

―우상호 의원은 ‘서울 자치구가 25개인데 21개 다핵 도시로 재구성하려 들면 자치구 간 갈등소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5개는 행정구역일 뿐이다. 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구를 넘나드는 여러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의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 의원은 강남 재건축을 허용하면 서울 전역 아파트 가격이 자극을 받을 거라며 반대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강남도 재건축·재개발을 원칙에 입각해서 부분적으로는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아파트가 ‘1980년대 주거문화와 4인 핵가족’에 맞춰져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이 35%를 넘어섰다. 곧 절반을 넘을 것이다. 아파트 구조도 1·2인가구 위주로 바꿔야 한다. 다만 보완책은 필요하다. 공공커뮤니티 개념이 들어간 재개발·재건축을 해야 한다.”

―공공커뮤니티 개념이 들어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어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시가 공공도서관을 지어줄 수 있다. 아파트 가치가 2배 이상 올라갈 것이다. 조합이 도서관을 지으면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오른다. 시가 건설하고, 대신 조합은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을 공동체를 위해 내놓는 식이다. 서로 생각을 교환하게 되면 굉장히 좋은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하다.”

―강변북로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우 의원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조망의 공공성’도 중요하다. 강변에는 저층으로 지어야 많은 시민이 경치를 볼 수 있다. 강변 밖으로 갈수록 높이 지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e-mail]

소상공인 손실, 보험으로 보상 가능

―소상공인 주무부처 장관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보험을 활용해 소상공인 영업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국회에서 재정으로 해결하려고 하던데 그러면 재정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중소기업중앙회에 소기업소상공인공제인 ‘노란우산’이 있다. 일종의 보험이다. 국가에서 공제부금(보험료) 절반을 지원한다면 재정을 많이 투입하지 않고도 영업손실 보상이 가능하다. 서울신용보증기금에 특별보증 1조원을 추가 편성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하면 시중은행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줄 수도 있다.”

―노란우산공제회는 일종의 보험이라 소급적용은 안되는 것 아닌가?

“원칙은 그렇다. 그러나 국가 지원이 없던 기간에 한정해서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시행세칙을 개정할 수 있다.”

―전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이다보니 여성 후보론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21살부터 직장생활하다 44살에 국회로 갔다. 마음에 상처 입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는 많은 여성을 봤다. 아무 일 없이 지낸다는 게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시는 그런 일 있어선 안 된다. 여성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이 이런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이 되면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있나?

“이사회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른 성별이 반드시 한명 포함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서울시 산하기관에도 적용해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정말로 도와주고 싶다.”

―2016년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전임 시장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공약했다가 못 지켰다. 관련 공약이 있는가?

“시대가 많이 포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보듬으며 포용적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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