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들 간 복지정책을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가 각각 “알래스카를 빼고 하는 곳이 없다”,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8일 장문의 글을 통해 정면 반박했다. 이 지사는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한다”라며 이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신복지제도 구상을 발표한 이낙연 대표는 직접 대응을 삼가며 신복지제도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재명 “외국 선례 없다고 포기?…길 찾는 게 정치인”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에서 성공한 일이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고,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길을 찾아내는 정치인의 일”이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원고지 22장 분량의 이 글에서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기본소득이 가능한지, 시행시기를 언제로 할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짚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복지확대나 작은 정부지향이라는 정치적 이유보다, 4차산업 혁명에 따른 일자리 종말과 과도한 초과이윤, 가계소득과 소비 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자본주의체제 유지와 시장경제의 지속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원마련 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일반예산 절감, 중기적으로는 조세감면 축소,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제시했다. 이 지사는 “우리는 어차피 오이시디(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고 낮은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 저부담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며, 대다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기본소득목적세를 이해하기만 하면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석, 이재명 겨냥 “이낙연 말 틀린 것 없는데, 왜?”
이 대표는 이 지사의 비판에 직접 언급을 삼갔다. 이 대표는 오후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굳이 지금 짤막짤막한 말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름다워보이지 않는다”라며 “학계 등에서 본격 검증이 있을 것 같다. 제가 말한건 기존 복지 제도를 인정하며 빈칸을 채워가자는 것이다.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복지제도 추진을 강조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사회 안전망이 불충분하다는 게 드러났을 때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추진해나갈 적기”라며 “신복지제도의 분야별, 단계별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위를 설치 제안했다.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오히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지사를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이 지사가)화를 많이 냈다”며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적었다.
서영지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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