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좀처럼 화내는 일이 없어 ‘미스터 스마일’로 불려온 정세균 국무총리가 야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질문 도중 분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대통령에게 머리 조아린다”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발끈’해 “지금이 조선왕조 시대냐”고 맞받아친 것이다.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박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언급하며 “국회의장 하다가 총리가 되어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더니 이제는 대법원장마저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국민들은 삼권분립이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순간 정 총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국회의장 하다가 총리가 되어”라는 대목은 정 총리를 겨냥한 말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누가 머리를 조아리느냐. 지금이 조선왕조 시대냐. 국회에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시라.” 정 총리의 속사포 같은 반격이 이어졌다. 대법원장을 비판하며 자신까지 걸고넘어진 것에 대한 불쾌감이 역력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박 의원이 당황한 사이,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총리답게 답변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박 의원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레커 대통령이라고 들어봤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생색을 낼 때나 쇼가 필요할 때 교통사고 시 귀신같이 달려오는 레커 같은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있다. 화성 공공아파트나 백신 관련 기업 대표 회견 등에 잘 나타난다”고 비꼰 것이다.
정 총리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박 의원에게 “지역구가 서초구 아니시냐”고 되묻더니 “서초구민들께서 부끄러워하시지 않도록 질문해달라”고 반격한 것이다. 박 의원은 “국무총리가 총리의 기능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저는 (구민들 앞에) 당당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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