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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사찰파일, 왜 뒤늦게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나

등록 2021-02-16 16:05수정 2021-02-17 02:46

3년 전 공개 거부했던 국정원, 대법원 판결 뒤 태세 전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여야 정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여야 정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전원 등 1천여명의 신상자료를 작성해 관리한 사실이 뒤늦게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데는 국정원의 ‘늑장 정보 공개’ 탓이 크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했으면, 보궐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대법원 판결에 떠밀려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선거용’이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관리해온 사찰성 정보 파일에 대한 공개 요구는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이 2017년 10월 출범해 정보공개 시민운동을 벌이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이 정보들이 “국가안보에 관련되거나 국정원의 정보역량을 노출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청구인 가운데 일부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내놔라 내파일’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정원에 사찰성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법원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국정원은 대법원 판결 직후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에게 내부에 보관해온 사찰성 문건을 제공한 데 이어, 앞으로 유사한 정보 공개 청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별도의 전담반을 구성했다. 실제 국정원은 전담반을 통해 공개대상 사찰 정보를 선별한 뒤 지난 1월 63건의 불법사찰 정보를 당사자들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을 비롯해 언론인, 연예인 등의 동향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공개한 사찰 기록에서 2009년 12월1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회 견제를 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의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는 내용이 나온 것이다.

1월27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김승환 교육감을 사찰한 문건에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여야 의원 전체에 대한 신상자료 관리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면 이명박 정부는 정치 사찰을 자행한 것이다.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공개발언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국정원에 철저한 정보 공개와 진실 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만 당내에선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니, 정치적 오해를 피하려면 4월 선거가 끝난 뒤 쟁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1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박지원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 등에 대한 보고를 받으나, 사찰 관련 문건 목록을 별도로 제출받지는 않았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오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목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국회의원 관련 문건에 대해선 당사자의 청구가 있으면 관련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국정원법에 따라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의 의결이 있을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정보위에 보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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