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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신현수 “나는 이미 동력 상실” 사퇴 뜻…청와대 침묵 속 곤혹

등록 2021-02-21 11:54수정 2021-02-22 08:19

18일 휴가 이후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
청와대, 거취 확답 못받아…22일엔 일단 출근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휴가에 들어간 뒤 ‘이미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22일 청와대에 출근해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나흘의 숙고 기간을 거쳤으니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지인들에게 사의 파동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석줄로 이뤄진 메시지에는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습니다”라는 세 문장이 적혀 있다. 청와대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해 보인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소 성정과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미뤄 신 수석이 민정수석을 그만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내용과 어투를 보면, 신 수석은 휴가 기간에 박범계 장관과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제안이 없었던 것인지,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 청와대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하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좌절감을 느낀 신 수석이 사의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박 장관과의 충돌 때문에 빚어진 일이란 것이다. 박 장관도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마음이 아프다.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신 수석의 휴가 기간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서울을 떠나 지역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기다려온 청와대에선 신 수석의 완강한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일 검찰인사위원회도 있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동시에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신 수석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사의 표명 사실을 이례적으로 알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신 수석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것은 청와대 참모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 역시 공개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신 수석이 사의 파동으로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게 만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나가면 국정 운영에 지장이 있는 만큼 복귀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법에는 검사 인사를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좌진인 수석이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인사의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돌아오길 바라지만 안 돌아오면 어쩔 수 없다. 민정수석이 중도에 그만두는 게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주말 동안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 검찰 인사 등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20일 출입기자들에게 두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무리한 추측 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 언론은 이날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정식 재가 없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이에 신 수석이 박 장관의 감찰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브리핑을 내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이날도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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