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휴가에 들어간 뒤 ‘이미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22일 청와대에 출근해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나흘의 숙고 기간을 거쳤으니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지인들에게 사의 파동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석줄로 이뤄진 메시지에는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습니다”라는 세 문장이 적혀 있다. 청와대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해 보인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소 성정과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미뤄 신 수석이 민정수석을 그만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내용과 어투를 보면, 신 수석은 휴가 기간에 박범계 장관과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제안이 없었던 것인지,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 청와대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하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좌절감을 느낀 신 수석이 사의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박 장관과의 충돌 때문에 빚어진 일이란 것이다. 박 장관도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마음이 아프다.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신 수석의 휴가 기간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서울을 떠나 지역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기다려온 청와대에선 신 수석의 완강한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일 검찰인사위원회도 있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동시에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신 수석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사의 표명 사실을 이례적으로 알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신 수석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것은 청와대 참모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 역시 공개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신 수석이 사의 파동으로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게 만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나가면 국정 운영에 지장이 있는 만큼 복귀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법에는 검사 인사를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좌진인 수석이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인사의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돌아오길 바라지만 안 돌아오면 어쩔 수 없다. 민정수석이 중도에 그만두는 게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주말 동안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 검찰 인사 등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20일 출입기자들에게 두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무리한 추측 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 언론은 이날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정식 재가 없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이에 신 수석이 박 장관의 감찰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브리핑을 내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이날도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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