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없이 불붙는 기본소득 논쟁…“지금은 시기상조” “이재명안은 화장품 샘플”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대강당에서 열린 ‘마산자유무역지역 5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띄운 ‘기본소득’ 논쟁이 친문재인계 핵심 인사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참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도 우파가 지향하는 기본소득의 윤곽을 제시해 논의의 지평이 더 넓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1차 확산 때까지만 해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한 김 지사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한 이 지사는 생각의 차이가 크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김 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겨냥해 “무조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경제기본권으로서의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래를 대비하는 복지적 경제정책 중 하나”라고 기본소득의 경기 진작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이튿날인 23일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나라는 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를 증세를 통해 늘려가야 한다”며 증세 논의로 나아갔다. 그는 “9 대 1, 심지어 99 대 1의 소득 불평등 때문에 기본소득 목적세를 걷어 전액 공평하게 배분한다면 80~90%의 압도적 다수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소득이 많아서 증세 동의가 쉽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승전-기본소득, 기본소득 만능론은 틀렸다”며 현 단계에서의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태풍 왔다고 태풍 지나간 지역의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이 지급되지는 않는다”며 “코로나 피해가 광범위하고 피해가 크니까 전국민 지급이 논의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이게 평상시 기본소득으로 가야 된다는 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담았으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았던 국민의힘 쪽에서도 설계안이 제시됐다. 보수계 인사 10여명과 기본소득 공부모임을 이끌어온 김세연 전 의원은 24일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 출판을 기념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을 보수정당의 어휘로 풀자면, ‘기본소득을 해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1인당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기존 일부 복지제도를 통합해가며 20~3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의 50%를 받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1년에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이 지사를 향해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용돈이다. 화장품 샘플을 화장품이라 우기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김원철 장나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