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생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과 다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총장의 반응과 상관없이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은 점을 들어 수사청 신설법 발의 시점 등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직을 걸어서라도 수사권 폐지를 막겠다”는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2일 “예상했던 반발”이라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남은 직접수사권을 떼어 내 수사청에 모두 넘기는 방안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검찰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은 “윤 총장 입장에선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후배들한테 면을 세울 수 있는 게 이거 하나고, 본인 입장에서도 손해될 게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심한 듯한 윤 총장의 반발과 별개로 민주당은 ‘수사청 신설법안 3월 발의-6월 처리’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로 흘러가고 있다. 검찰개혁특위 일부 위원들 중심으로 처리를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강했으나,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당 내부와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안착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군사 작전하듯 (3월에 발의하겠다고) 날짜를 꼭 잡아놓은 건 아니다”며 “당내 의견 수렴절차도 남았고, 당·정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도 신중한 분위기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수사청 법안 발의는) 사법체계를 많이 개편하는 작업인 만큼 법안 발의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당과 정부가 충분히 정책협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3월에 법안을 발의하냐’는 질문에는 “안 할 수도 있다. 더 숙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청 신설 법안 등을 논의하는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도 이런 지도부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특위 관계자는 “언제 발의할지 아직 정해진 게 아니다”며 “지금까지 검찰 의견제시가 없었는데 윤 총장이 의견을 내놓았으니까 검찰 쪽 얘기도 들어보고 우리 입장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을 ‘반헌법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검찰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과도 잘 얘기해서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