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선거 공약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중랑·탄천·서남물재생센터 등을 반값 아파트 부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후보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택지를 확보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태릉골프장을 주택 부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아래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우상호 후보와 표 차이가 크게 났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이겼다. 권리당원들이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가 누군가를 깊게 고민하신 결과라고 본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최소 세번의 토론을 하자고 한다.
“단일화에 대해선 당에 모든 걸 일임했다. 내가 뭐라고 의견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
―김 후보는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완주할 기세인데.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상대 의견을 들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일정 부분 양보도 하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자기주장만 일방적으로 고집하면 ‘이기는 단일화’가 어려워진다.”
―반값 아파트 공약은 언제쯤 실현 가능할까.
“지은 지 30년이 넘은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활용하면 여러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2년 안에도 가능하다. 단지 규모가 작으면 그보다 앞당길 수도 있다.”
―우선 검토하는 지역이 있나?
“30년 된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서울 시내에만 스무 곳이 넘는다. 그중에 적합한 후보지가 몇 곳 있는데, 지금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 그밖에 중랑·탄천·서남물재생센터도 있다. 30만평이 넘는다. 주요 간선도로의 인터체인지에 있는 교통섬도 활용 가능한 부지 가운데 하나다.”
―‘21분 콤팩트 도시’가 대표공약이다. 관건은 ‘직(장)-주(거지) 근접’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일 텐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하면서 파악해보니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서 이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회사가 서울 강북 도심에 있는데 비싼 임대료가 부담이 돼서 옮기고 싶어 하는 곳이 꽤 된다. 창업을 하고 기업 규모가 커져서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주변에 딱히 옮길 곳이 없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이 기업들을 21개 혁신클러스터에 업종 특성에 맞게 입주시키면 직-주 근접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다.”
―구현하는 데 몇년이 걸릴 거라고 보나?
“일자리 재편과 관련한 부분이라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참고한 일본의 경우 10~20년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시행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었다.
“박 전 시장이 그렇게 한 이유는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때 대규모로 조성한 뉴타운 사업으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도시재생은 원래 있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데 방점을 찍다 보니 또 생겨나는 불편함이 있다. 이제는 그걸 보완해야 한다.”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주택을 더 공급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지난달에 나온 2·4 부동산 대책도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하겠다는 거다. 강북 역세권의 경우 주변에 저층 주택이 많다. 이곳을 고밀도로 개발해 용적률을 높이면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기존 도시재생 구역에 고밀도 아파트를 짓겠다는 뜻인가?
“주민들의 요구가 있으면 존중할 생각이다. 그러나 노원구처럼 베드타운이었던 지역은 고층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유치해달라는 요구가 강하다. 지역 주민의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다른 후보들도 부동산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70만6천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뭘 공약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여당은 택지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싶어 했지만, 전임 박원순 시장이 강하게 반대했다.
“나 역시 반대한다. 서울에는 도시 숲이 부족하다. 더 만들어야 하는데 있는 것마저 없애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태릉골프장 같은 곳에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에도 찬성할 수 없다.”
―정부가 이미 태릉골프장에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부에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다. 인근 도봉구에 군 화학 부대가 쓰던 땅이 있는데, 그곳을 주택 부지로 쓰면 된다. 태릉골프장은 지금처럼 군 전용이 아닌,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꿔 주민이 이용하게 해야 한다. 다만 그린벨트 지역이라도 다 훼손돼 말만 그린벨트인 지역은 공공커뮤니티 시설이나 공공분양주택을 짓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서영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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