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오른쪽)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17일,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일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요구한 ‘여당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 비교방식’은 통계적 명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여 ‘경쟁력 문항 조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유선전화 비율을 얼마로 할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이날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후보 선출도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6차 회의를 열어 심야까지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안 후보가 주장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가상대결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 대신,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에서 요청한 경쟁력 조사는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무협상단의 최대 쟁점은 여론조사에서 유·무선전화 비율이었지만 의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정 사무총장은 “우리가 국민의당에 10% 유선전화 도입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이런 요구는 보통 여론조사에서 장년·노년층의 응답률이 높은 유선전화 조사가 무선전화에 비해 보수 성향이 다소 높게 반영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0~30대와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안 후보의 강점으로 보는 국민의당은 유선전화 반영을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가상대결이 아닌 경쟁력 문항 조사를 수용하는 대신 유선전화 10% 반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상 대결을 하고 유선전화 10%를 포함하거나, 경쟁력 문항 조사를 하되 유선전화는 수용하지 않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게 어렵다면 경쟁력 문항 조사 대신 경쟁력과 적합도를 50 대 50으로 하겠다고도 제안했지만 결렬됐다”고 말했다.
협상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지만 결렬되면서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하려던 여론조사는 미뤄졌다. 일단 협상단은 18일 이른 오전 합의가 되면 바로 여론조사를 시작해 19일 오후 6시 이전까지 단일후보 발표와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가 늦어지면 단일화 작업이 후보 등록 시한을 넘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양당의 감정 대립은 더욱 높아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를 겨냥해 “떼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정책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는 상식선에서 보면 될 텐데, 소규모 정당이 제1야당을 압박해서 능가하려는 자세를 보이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제1야당을 책임지는 분의 역할은 치열한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격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결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양쪽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실패 가능성에 대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 (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의지도)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확실하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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