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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심과 괴리?…‘당심의 주역’ 권리당원의 속내는 어떨까

등록 2021-04-29 17:59수정 2021-05-04 08:52

민주당 권리당원 3인 심층 인터뷰
“비판문자는 열정의 표출”
“소수의 조국 옹호가 당심 둔갑”

2019년 9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사이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우 <한겨레21> 기자 woo@hani.co.kr
2019년 9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사이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우 <한겨레21> 기자 woo@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4·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잠깐 분출됐던 ‘쇄신’ 목소리는 ‘당심-민심 괴리’ 논쟁으로 전개되다 이내 잦아들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하자마자 새 리더십을 세우는 선거 국면이 전개됐다.

하지만 며칠 안 남은 5·2 전당대회는 당의 나아갈 방향을 짚는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민주당의 아픈 곳, 가려운 곳을 짚기보다는 표 계산에 묻혀 ‘앞으로 잘하겠다’는 ‘직진 구호’만 난무한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통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당내 경선과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본선 경쟁력 사이에서 대선 주자들은 물론이고 당원들의 고민도 깊다.

그렇다면 과연 당심의 주축인 권리당원들의 속내는 어떨까. 보궐선거 패배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어떻게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한겨레>는 지난 19일 전화와 서면으로 30~40대 권리당원 세명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봤다.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조국 사태에 대한 진단과 강성 지지층의 의견 표명에 대한 판단은 각기 달랐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선 민생개혁과 일관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데는 세명 모두 공감했다. 이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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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당원들은 왜 ‘초선 입장문’에 분노했나

선거 이튿날인 8일 20~30대 초선 의원 5명이 낸 입장문은 당심-민심 논쟁에 불길을 댕겼다. 김형수씨는 조국 옹호에 비판적인 생각이고 여권 인사들의 위선에 국민들이 분노했다는 판단에선 2030 초선과 생각이 같았지만 이들의 문제의식이 “사후약방문 같았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당원투표에 부칠 때 나는 반대표를 던졌다. 지도부가 당원 힘을 빌려서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선들은 이때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다음에 또 당헌 개정 같은 문제가 나오면 초선들이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연미씨는 ‘노사모’ 열풍이 불 때 입당했다가 여권에 실망해 탈당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할 때 재입당한 전형적인 민주당 권리당원이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라도 홍준표 후보를 내지 않았냐”며 “당헌·당규 개정은 당연히 당원들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씨는 “초선 의원들이 선거 패배를 ‘당원 탓’으로 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과연 초선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선거운동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최수진씨는 초선 의원들의 입장문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선배들이 잘못해서 졌어요. 못 말린 저희가 반성합니다’라는 건 자기들만 살려는 정치적 액션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당원 중엔 자기 돈으로 밥값 내고 전화 돌리면서 선거하라고 하는 열성적인 분들이 많다. 그런데 초선들은 자기 경력으로서만 국회의원 하는 것 같다”며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덕분에 당선돼놓고 금배지 무게를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 초선들에게 쏟아진 문자 폭탄

초선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세 사람 모두 같았으나 그 이후 2030 초선들에게 쏟아진 수천통의 문자 폭탄에 대해선 견해차가 컸다. 이씨와 최씨는 ‘욕설이나 인신공격은 안 되지만 문자는 당원들의 정당한 의견 개진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선거 때는 찍어달라고 당원들에게 호소 문자 마구 보내면서 왜 비판 문자는 안 받으려고 하느냐. 솔직히 욕만 보내는 것도 아니다. 권리당원들도 전체 당원의 뜻이 왜곡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문자 자정 운동’을 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점잖게 얘기하자고 말한다”고 했다. 최씨는 “문자 폭탄 자제하라고 그러면 항의 문자가 더 간다. 대통령도 당 지도부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원이기도 하지만 정부 수장이기 때문에 문자 폭탄 등 당내 일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김씨는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표현한 문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 극성 친문의 문자가 민주당에서는 당연한 양념이 됐다. 국민의힘이 ‘태극기 부대’와 거리를 두면서 회복해가는 것처럼 민주당도 극성 친문과 거리두기 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은 모든 권리당원 연락처를 갖고 있어서 누가 막말·비방하는 문자 폭탄을 보냈는지 조사하면 다 알 수 있다. 당내에서 소신 발언 하는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해당 행위다”라고 말했다.

■ 민심과 당심의 간극

세 사람 모두 민주당이 ‘민심’을 얻지 못해 보궐선거에서 심판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았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김씨) “깨끗한 척하더니 민주당도 똑같다”(이씨) “집값이 너무 올라 서울엔 못 살겠구나 하는 좌절”(최씨) 등이었다. 이들은 ‘실제론 민심과 당심이 다르지 않다’는 데는 대략 공감했지만 뜯어보면 달랐다. 최씨는 “이미 민주당은 전국적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당심이 민심”이라며 “권리당원들은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고 좋은 기사에 ‘좋아요’ 누르고 정 마음에 안 들 때는 큰맘 먹고 문자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씨는 “당원들도 민주당에 화가 났고 진절머리를 쳤다. 당심과 민심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는 당심 중에도 특정 의견이 과잉대표되는 데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가족 특혜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 같은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 민심이다. 물론 조국 사태와 관련해 모든 당원들의 생각이 민심과 같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당 지도부 등이 일부 극성 지지층의 생각을 수용해서 소수의 생각이 당심 전체로 보이도록 바이러스처럼 퍼뜨렸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및 대선 경선 ‘룰’의 개선책도 달랐다. 최씨와 이씨는 “권리당원에 비해 대의원이 너무 과잉대표된다”고 했고, 김씨는 “권리당원 비율을 줄이고 일반인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당원 5%, 일반 국민 10% 비율로 치러지고, 대선 경선은 자동으로 투표 자격이 주어지는 권리당원과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일반 당원, 일반 국민의 투표로 실시된다.

■ 대선 준비는 어떻게?

세명의 권리당원 모두는 당면한 현안으로 ‘대선 승리’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와 같은 사건을 제대로 털고 가야 신뢰를 줄 수 있다. 그래야 중도층을 잡을 수 있다”고 했고, 최씨는 “코로나19 백신, 재난지원금 소급 적용,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등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태도’의 문제에 좀 더 방점을 찍었다. 그는 “여태까지 민주당은 집값 잡는 척만 한다는 인상을 줬다. 가령 임대사업자에 혜택을 주는 부분은 시민단체도 반대했는데, 음지를 양지로 올린다는 명분으로 혜택을 주면서 잘못된 정책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내놓는 정책과 실제 의원들의 언어와 행동이 일관성을 띠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씨에게선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짙게 묻어났지만, 보선 패배 이후 당 일각에서 허겁지겁 내놓는 대책에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특히 2030 남성 유권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군가산점제 부활 등이 불만이었다. 그는 “군가산점제가 과거에 왜 위헌 결정을 받았는지도 모르느냐. 당 지도부가 나서서 빨리 교통정리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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