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운데)가 21일 열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상식)’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상식)’이 21일 창립식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윤 전 총장 쪽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모임 자체를 몰랐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곳곳에서 결성되고 있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모임’ 가운데 이날 모임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법조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한 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창립 기념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들과 같이할 것인가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윤 전 총장에 대한) 견해를 가질 형편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전제한 뒤, ‘윤석열 현상’의 배경으로 공정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됐지만 이 정권이 들어와서 ‘공정’이라는 게 깨졌다는 것이 너무 극명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칼을 이쪽저쪽 공정하게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짚었다. 진 전 교수는 청년층이 여권을 외면한 이유가 공정의 상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화 투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기릴 만한 것이 됐을지는 몰라도 이미 이 자체가 상징 자본이 됐고, 그들이 권력의 토대가 돼버렸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이 사태를 전적으로 보여줬던 것이 조국 사태”라고 말했다. 다만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윤석열 현상’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진 전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법적·형식적 공정이 무너진 덕분에 (윤 전 총장이)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며 “조국 사태 이면에 깔려 있던 사회적 분노를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응답할 때 ‘진짜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토론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법치주의 후퇴에 가장 크게 저항한 게 윤 전 총장 같다고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이) 잠행하고 언론에 나타나지 않지만 국민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반면 보수적 성향의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규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이 큰 지지를 받는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윤석열이란 사람이 와서 모든 걸 제대로 만들어주길 기다리고 의존하는 건 아닐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만들고 제도와 가치가 구현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은 관료로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며 “관료로서 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과 정치가로서 지도자를 하는 건 다른 문제다. 현실정치를 맡으면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정과 상식은 상임대표를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김종욱 전 한국체대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문화방송>(MBC) 부사장 등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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