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민 “조수진 의원님 툭하면 제 얘기 하시는데, 발언권 얻고 얘기하세요. 눈 그렇게 크게 뜬다고 뭐 그렇게 뭐 똑똑해 보이지 않으니까 발언권 얻고 얘기하세요.”
조수진 “뭐라고요? 제지하세요!”
박주민 “표현을 정제되게 해주세요.”
조수진 “뭐? 눈 크게 뜬다고 똑똑해 보이지 않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26일 저녁 7시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안에서 오간 대화 일부입니다. 김용민·조수진 의원의 설전은 약 7분간 이어졌고 정회 뒤 속개한 뒤에도 사과 문제를 놓고 설전 끝에 청문 과정은 진행되지 못하고 산회했습니다.
결국 이날 이런 대화는 약 7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7분 동안 이날의 주인공 김 후보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조수진(국민의힘) 두 의원의 말싸움은 야당의 청문회 불참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두 의원은 각 당에서 강성층으로 불리우는 만큼 서로 앙숙으로 유명했습니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가 어쩌다 두 앙숙의 말싸움판이 된 것일까요.
이날 설전은 김용민 의원이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유상범 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용민 검찰의 전관, 범행을 은폐한 의혹이 보도됐습니다. 2018년 4월달에 파주병원에서 환자 2명이 사망을 했는데 자격 없는 사람이 수술을 했지요. 그런데 검찰 전관 변호사가 “서류조작이랑 명의상의 의사를 매수해서 돈을 줘서 그 사람이 수술했다고 하자” 이렇게 조언을 하는 것들이 보도됩니다.
영상을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실생활에서는 전관예우가 없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있건 없건 국민들은 그걸 기대하고 그걸 믿습니다. 실제 그런 기대와 헛된 기대를 이용하는 전관 변호사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존재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대책이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 나왔던 이 사건 수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의견 어떻습니까?
김 의원이 말한 ‘전관 변호사’가 이날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유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검사장 출신의 유 의원이 변호사 시절 의료 사고로 수사를 받는 병원 관계자와 법률 상담을 하는 녹취록도 이날 회의장에서 틀었습니다. 이어 김 후보자에게 “이 사건을 수사해야 되지 않냐. 대책이 있냐”고 캐물었습니다. 유 의원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유상범 이것은 사건을 선임하기 전에 상담하는 단계였고, 그 이후에 나중에는 사임했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론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중략) 앞으로 김용민 의원이 고소고발 된 사건을 모두 까집어서 김용민 의원을 비난해도 다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지켜야 될 도리가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상임위에서 행동을 보인다면 참기 어렵습니다.
“눈 크게 뜬다고 똑똑해 보이지 않아” vs “눈 크게 안 떴다”
유 의원의 반박으로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지만 김 의원이 다시 말꼬리를 물면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김용민 김학의 사건 이야기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저를 얼마나 많이 거론하셨습니까? 제가 고발됐다는 이유로. “수사받아야 된다” “수사받을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셨습니까? 그리고 아까 유상범 위원께서도 말씀을 하셨는데 유상범 위원님 띄우신 프리젠테이션(PPT)에 제 얼굴과 이름이 박혀있더라고요. 그것이 동료에 대한 예의를 먼저 안 지키신 것 아닙니까? 조수진 위원님, 툭하면 제 이야기를 하시는데 발언권 얻고 이야기하세요. 눈 그렇게 크게 뜬다고 뭐 그렇게 뭐 똑똑해 보이지 않으니까. 발언권 얻고 말씀하십시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과 연관돼있고 당시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 의원도 법사위 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수사 대상자로 지목받았다며 유 의원 수임비리 의혹 제기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항변이었습니다. 이를 제지하는 조 의원을 향해 김 의원은 ‘눈 크기 지적’으로 맞받은 겁니다. 감정적인 설전에 사과 요구, 이에 따른 공방이 엇갈리면서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은 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치달은 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반박 과정에서 조수진 의원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막말을 여러번 했고,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발언권도 없이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고성을 내면서 상호 간에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썼습니다. 조 의원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주장입니다.
조 의원은 반박했습니다. 그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상범 의원은 평소에도 김용민 의원이나 김남국 의원을 많이 여러번 타일렀다. 그래서 제가 ‘그렇게까지 노력한 분에게 일방적으로 인신공격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닌 거다’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김용민 의원 이런 분하고 엮여서 같이 양비론적으로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까봐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눈을 크게 뜨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26일 저녁 7시 정회 뒤 이보다 더 심한 설전이 오갔다고 합니다. 2차전의 주역은 김남국 의원이었습니다. 야당 쪽에서는 ‘김남국 의원이 조 의원의 기자 경력을 비하했다’고 주장하고, 여당 쪽에서는 ‘조 의원이 김 의원의 팔을 잡아끌다가 멍이 들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분위기가 매우 험악했던 것 같습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27일 입장문을 내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청문회와 아무런 관계없는 사안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파행시켰고, 막말과 인격모독, 모욕적 언사가 난무하는 진흙탕 청문회로 끌고 갔다. 민주당의 행태는 의도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수차례 설득을 통해 다툼이 있었던 당사자 간 또는 간사 간의 유감 표명을 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국민의힘은 사과를 거부하고 끝까지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라며 청문회 파행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습니다.
김도읍 법사위 간사 등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해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상정과 관련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인사청문법상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26일까지 청와대에 송부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날 국회는 ‘김-조 설전’으로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했고,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31일까지 다시 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습니다. 양쪽 모두 ‘먼저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보고서 채택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치열한 검증이 아닌 살벌한 말싸움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청문회를 마무리하며 후보자가 밝히는 소회도 없었습니다. 국민들은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직을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 그 각오를 들을 기회도 잃었습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