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3월18일 출범식 뒤 50일 만인 6일 해단합니다. 인수위 출범 당시 윤석열 당선자 다음으로 주목받은 사람은 안철수 위원장이었습니다. ‘공동정부 파트너’로서 인수위원장까지 맡으며 그는 정치 입문 10년 만에 권력의 핵심에 다가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볕을 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극적인 부침을 보인 ‘안철수의 50일’을 정리했습니다.
‘윤석열 인수위’는 ‘안철수 사람들’을 요직에 품고 출범했습니다. 인수위 대변인을 맡은 신용현 전 의원은 안 위원장의 대선 후보 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이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안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에 포함됐습니다. 인수위 7개 분과 24명의 인수위원 중 8명이 안 위원장의 측근이거나 그가 추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수위원장직부터 실무급 인사까지 ‘지분’을 톡톡히 챙긴 셈입니다.
인수위원장에 이어 ‘안철수 총리설’까지 나왔지만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며 이를 고사했습니다. 안 위원장의 공개 고사 이후에야 윤석열 정부 첫 총리 인선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정부 파트너’인 안 위원장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위세는 여기까지였습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지명되고 조각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안 위원장은 소외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태규 인수위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신용현 대변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거론됐지만 그들은 입각 명단에 없었습니다. 지난달 11일 이태규 인수위원은 인수위원직을 사퇴했고 이튿날 안 위원장은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고 인수위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윤 당선자와의 만찬 회동으로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안 위원장의 ‘인사 제청권’은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실 과학기술교육수석 신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대표적입니다.
‘코로나 손실보상’ 주력했지만…‘공약 후퇴’ 덤터기만
안 위원장은 인수위 산하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위원장도 겸임했지만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손실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윤 당선자가 약속한 사업자당 추가 600만원씩의 일괄지원이 아닌 ‘차등 보상’에 소상공인은 반발했고 구체적인 피해 지원금 액수, 재원 방안도 불분명해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안 위원장은 이튿날 “오해가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 새 정부는 과학적 손실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 액수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논란이 계속 되자 당일 저녁 윤 당선자의 ‘경제 멘토’인 김소영 경제1분과 인수위원(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최대 지원액수가 1천만원 이상이 될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 인수위원은 “취임 즉시 모든 소상공인에게 민주당 정부가 지급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급할 계획이다. 일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했습니다. 코로나19 손실 보상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안 위원장에게 ‘인수위 50일’은 존재감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공동정부 파트너’로서의 위상도 정립하지 못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습니다. 정치 입문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 정치인이 돼 차기를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얘기가 윤 당선자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수위 50일 굴욕’을 견딘 안 위원장은 처음으로 여당 국회의원이 돼 당권과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안 위원장은 보궐선거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인수위가 해단하는 6일 출마 구상을 밝힐 계획입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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