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 등 합의…정상회의 폐막 문 대통령 “팬데믹 불평등 대처 촉구” 바이든과 양자회담은 안 이뤄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정상 및 각 분야 종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31일(현지시각) 전세계 최저한세율을 15%로 하는 디지털세 도입과 내년 중반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접종률 70% 달성 등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정상들이 얼굴을 맞대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포용적 회복을 위해서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선진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 훼손,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요소로 지적하고, 확장적 정책 기조 유지와 통화정책 관련 투명한 소통에 합의했다. 저소득 국가의 낮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타개하기 위해서 백신 접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긴급 프로젝트인 액트-에이(ACT-A)의 활동을 내년까지 연장하고, 2022년 중반까지 전세계 인구의 70%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지속가능발전’ 세션에 참석해 “취약국·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인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큰 장애가 발생한 것을 우려한다”면서 “팬데믹(감염병 대확산)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G20이 단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소득국 지원을 위해 6억4000만 달러 규모에 해당되는 특별인출권(SDR·아이엠에프 가맹국이 규약에 정해진 일정조건에 따라 아이엠에프로부터 국제유동성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을 추가 공여할 계획을 밝히고, 코백스(백신공동분배 프로젝트)에 2억 달러를 공여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며 글로벌 백신 생산허브로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에선 아프리카 국가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은 논의가 되었지만 백신 접종률이 0%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로마에서 만나 “70%는 전체 인구가 아닌 개별 국가별로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라면서도 “북한 관련 이야기는 회의 성격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환경’ 세션에선 “올해 한국이 노후 석탄발전소 8기를 폐쇄하고 연내 2기를 추가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급망 관련 글로벌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대란 해소를 모색하고자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을 하지 않은 가운데 열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따로 회의를 소집한 것에 관심이 모아졌다.
한편 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한-미 양자회담 개최는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의 공식환영식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러 가기 전 정상 라운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선 채로 만나 2∼3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교황님을 어제 뵈었는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축원해 주시고, 초청을 받으시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계시다”고 화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프랑스·독일·호주와 각각 양자 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초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한국이 참석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이날 밤 영국 글래스고로 향했다.
로마/이완 기자 wani@hani.co.kr